Plastic Landscape_Red Flower031200*2000Plastic filament drawing & regin work on digtal print.
박경일 작가가 ‘PLASTIC LANDSCAPE’를 주제로 한 개인전을 오는 10월 8일부터 24일까지 갤러리 웅(서울 종로구)에서 개최한다고 30일 밝혔다.
박 작가는 국내 웹 아티스트 1세대로서 국제적 네트워크에서 활약해왔다. 대학 4학년 때 동아미술상을 수상하고 수년간 실험성이 강한 작품을 내놓다 돌연 호주로 이주했다. 인터넷이 화두인 시절 국내로 돌아와 웹 에이전시를 설립, 디자이너 겸 웹아티스트로 활약했다. 최근에는 다양한 플라스틱 물성을 이용해 입체적이고 다이내믹한 작업을 시도하고 있다.
10여 년 전부터 작업을 이어오다 오랜만에 갖는 이번 전시회에서 박 작가는 인간의 손길이 멈춘 이후의 풍경을 상상한다. 그의 작업은 펜데믹 시대의 풍경을 예견한 듯하다. 종교를 상징하는 듯한 십자가 모양의 아스팔트위로 플라스틱 덩굴이 자라고 그 위로 플라스틱 꽃이 불쑥 고개를 내민다. 팬데믹 이후로 혼란스러워진 기존의 가치관을 비웃는 듯한 풍경이다. 흑백으로 프린트된 책장 안엔 시대를 풍미하던 유명 아티스트들의 책들이 빼곡하다. 그 위로 덩굴이 늘어지고 꽃이 핀다. 그 의도만으로 쓸쓸해지고 먹먹한 감정을 가지게 된다.
윤재갑 하오뮤지엄 관장은 “박경일 작가가 직관하는 ‘플라스틱 랜드스케이프’는 우리가 쌓아온 화석 문명의 야만성을 성찰하고 파괴하는 묵시록적 예언이고, 만약 그 폐허의 공간에서 다시 피어나는 꽃들이 있다면, 그 꽃들은 분명 더없이 아름답고 향기로울 듯하다”고 전했다.
박해식 동아닷컴 기자 pistol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