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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사장 너울성 파도에 휩쓸린 母子

입력 | 2020-09-29 03:00:00

고성 해변서 모래놀이하던 6세 아들-조카 순식간에 덮쳐
구하려던 30대 판사 엄마도 참변
4년전엔 10세소년 숨지는 사고




28일 오후 1시 58분경 강원 고성군 토성면 용촌리 해변에서 30대 엄마와 아들, 조카 등 3명이 너울성 파도에 휩쓸려 숨졌다. 강원도소방본부 제공

강원 고성군의 한 해변에서 30대 엄마와 아들, 조카 등 3명이 너울성 파도에 휩쓸려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28일 속초해양경찰서에 따르면 이날 오후 1시 58분경 고성군 토성면 용촌리 한 카페 앞 해변에서 경기도에 사는 A 씨(39)와 아들 B 군(6), 조카 C 양(6) 등 3명이 갑자기 덮친 너울성 파도에 휩쓸렸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해경과 119구조대가 10여 분 만에 세 사람을 구조해 병원으로 옮겼지만 모두 숨졌다. 구조 당시에도 이들은 의식이 없는 상태였다.

해경은 해변 백사장에서 모래 놀이를 하던 B 군과 C 양이 파도에 휩쓸리는 것을 보고 A 씨가 구조하러 들어갔다가 함께 변을 당한 것으로 보고 있다. A 씨는 일선 법원의 판사로 알려졌다.

이날 오전 동해상에 내려졌던 풍랑주의보는 해제됐지만 사고 당시 해변에는 1.5m 이상의 너울성 파도가 일고 있었다.

해경 관계자는 “목격자들의 진술을 토대로 정확한 사고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며 “풍랑주의보는 해제돼도 그 영향으로 높은 너울성 파도가 생기는 만큼 가급적 해변 물놀이를 자제해 달라”고 당부했다.

너울성 파도는 보통 바람에 의해 생기는 풍랑과 달리 먼 해역에서 만들어진 파도의 힘이 전파된 큰 물결을 말한다. 바람이 없는 맑은 날씨에도 갑작스럽게 해안으로 밀려오기 때문에 위험하다. 이 때문에 무방비 상태로 해안에 있다가 너울성 파도에 휩쓸려 인명 피해가 발생하기도 한다.

이날 사고가 난 해변에서는 2016년 9월 초등학생 형제가 너울성 파도에 휩쓸렸다가 형(당시 10세)이 숨지는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동생(당시 8세)은 주변에 있던 사람들이 바다에 뛰어들어 물 밖으로 끌어내 간신히 목숨을 건졌다. 같은 해 인근 봉포리의 한 리조트 앞 해변에서도 수학여행을 왔던 수원에 사는 초등학생(당시 12세)이 높이 2m의 너울성 파도에 휩쓸려 표류하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해경에 의해 극적으로 구조됐다.

고성=이인모 기자 im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