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문방지 코팅제 등 국산화 잇따라
7월 국가연구실(N랩)에 지정된 한국화학연구원 정보전자폴리머연구실에서 연구원들이 고기능 고분자 적용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아래 사진은 불소화학소재공정연구실 연구진이 개발한 수소자동차용 전불소계 연료전지 전해질. 화학연구원 제공
지난해 7월 일본의 소부장 수출 규제로 상황은 급반전했다. 수입으로 수급할 수 있었던 핵심 소재 확보에 ‘빨간불’이 켜졌기 때문이다. 수입처 다변화와 핵심 소재 기술의 발 빠른 개발이 대책으로 제시됐다. 정부는 소재 기술 연구를 안정적으로 지원하기 위한 ‘국가대표 연구기관’으로 ‘국가연구실(N랩)’을 지난해 12월 지정했다. 계면재료화학공정연구센터도 불소화학소재공정연구실로 간판을 바꿔 N랩으로 지정됐다. 32년간 불소 화합물 소재를 연구해 온 박인준 불소화학소재공정연구실 책임자는 “N랩 지정으로 32년간 이어온 불소 연구를 지속할 수 있게 돼 막중한 책임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장기 지원이 성공의 관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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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학연의 불소화학소재공정연구실과 석유화학촉매연구실이 지난해 말 지정됐고 올해 7월 정보전자폴리머연구실이 추가로 선정됐다. 화학연 N랩 관계자는 “일본의 수출 규제 이후 반도체·디스플레이 산업 대기업들의 공급처 다변화 의지를 체감하고 있어 연구자나 소재 중견·중소기업들의 ‘파이팅’도 살아났다”고 말했다.
석유화학촉매연구실은 2015년 국가과학기술연구회(NST) 주도로 출범한 융합화학공정연구단(CCP융합연구단)을 기반으로 지정된 케이스다. CCP융합연구단은 올해 말까지 운영될 예정이었지만 N랩에 지정되면서 연구의 연속성을 확보하게 됐다. 박용기 석유화학촉매연구실 책임자는 “국내 대표 산업 중 하나인 석유화학 산업의 핵심인 촉매 소재는 거의 100% 수입하고 있다”며 “N랩을 통해 장기적·안정적으로 석유화학 촉매 소재를 연구할 수 있게 됐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정보전자폴리머연구실도 상황이 다르지 않다. 이 연구실은 고기능고분자연구센터를 기반으로 지정됐는데 당초 다른 연구조직과의 통폐합이 거론됐지만 N랩에 지정되면서 안정적인 연구가 가능해졌다. 김용석 정보전자폴리머연구실 책임자는 “당장 연구비 지원을 받지 않더라도 국내에서 부족한 고분자 소재 관련 연구를 지속할 수 있는 근거가 생겼다는 점에서 상징적인 의미가 있다”며 “대기업 중심으로 전략 소재 품목 공급자 다변화가 대세가 된 만큼 수년 내 품목별 기술 확보가 가능해질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日 독점 부술 불소계 코팅제 수년 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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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적으로 일본 업체 ‘다이킨’만 생산하고 있는 디스플레이용 지문 방지 불소계 코팅제 원료 기술도 수년 내 확보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미 실험실 규모에서 디스플레이용 지문방지 및 방오성 불소계 코팅제 제조 기술을 개발했다. 이 기술을 바탕으로 2022년까지 N랩을 통해 상용화 공정 기술을 개발한다는 목표다.
불소화학소재공정연구실은 전량 수입에 의존하던 수소자동차용 ‘전불소계 연료전지 전해질’ 제작 원천기술도 확보했다. 박인준 연구실 책임자는 “디스플레이용 지문 방지 불소계 코팅제의 경우 부가가치가 상당히 높은 기술이지만 일본이 사실상 독점하고 있다”며 “국내 원천기술이 취약한 불소 고분자 분야의 연구역량을 N랩을 통해 쌓을 것”이라고 밝혔다.
대전=김민수 동아사이언스 기자 rebor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