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박덕흠 탈당… “당에 부담 안 주겠다”

입력 | 2020-09-24 03:00:00

피감기관 공사 수주 의혹 번지고 당 지지율도 정체되자 전격 결정
“정권이 희생양 삼아… 진실 밝힐것”
탈당으로 내부 진상조사는 무산
與 “의원직 사퇴하고 수사 받으라”




‘특혜 수주’ 논란에 휩싸인 박덕흠 의원이 23일 오후 국회 소통관에서 국민의힘 탈당 기자회견에 앞서 고개 숙여 인사하고 있다. 박 의원은 “직위를 이용해 개인의 사리사욕을 채우는 일은 결단코 없었다”고 주장했다.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국토교통부 등 피감기관으로부터 관급공사를 특혜 수주했다는 의혹에 휩싸인 국민의힘 박덕흠 의원이 23일 전격 탈당을 선언했다. 건설사 회장 출신의 박 의원이 국회 국토교통위원을 맡았을 때 박 의원 일가 회사들이 거액의 공사를 따냈다는 ‘이해충돌 의혹’이 제기된 지 꼭 한 달 만이다. 더불어민주당은 박 의원의 의원직 사퇴를 거듭 촉구했다.

3선의 박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진실을 규명하면서도 당에 부담을 주지 않도록 당적을 내려놓는 판단이 옳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그는 또 “(당에 진) 마음의 빚은 광야에 홀로 선 외로운 싸움을 이겨내고 스스로 결백을 증명한 뒤 비로소 갚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제기된 의혹들에 대해 박 의원은 “여당과 다수 언론의 왜곡 보도에는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면서 “전문성을 발휘하기 위해 국토위에 있었을 뿐이지 직위를 이용해 개인의 사리사욕을 채우는 일은 결단코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현 정권 들어 공정과 정의의 추락은 지난해 조국 사태에 이어 윤미향 추미애 사태에 이르러 극에 다다르고 있다”며 “정권이 정치적 의도를 갖고 저를 희생양 삼아 위기에서 탈출하려고 하는 점을 분명히 지적하고 싶다”고 화살을 돌렸다.

박 의원은 이날 오전까지만 해도 21일에 이은 2차 반박 기자회견을 준비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동료 의원들의 조언 등을 들은 뒤 “당 개혁에 장애가 되면 안 되지 않느냐”면서 탈당을 결정했다고 한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은 박 의원의 탈당을 직접 요구하진 않았지만 내부 회의에서 단호한 조치를 강조하는 등 사전 교감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박 의원은 ‘당 지도부와 상의해 탈당을 결정했나’라는 질문엔 “절대 아니다”라고 부인했다. 21일 당 지도부는 박 의원 관련 진상조사위를 구성하기로 결정했지만, 박 의원의 탈당으로 자체 조사는 이뤄질 수 없게 됐다.

전날 열린 의원총회에선 “박 의원이 탈당하는 것도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이 수차례 나왔다. 당 핵심 관계자는 “민주당 소속 김홍걸 이상직 의원의 논란 등을 물타기 하려는 여당의 의혹 제기라고 해도, ‘박덕흠 의혹’ 때문에 당 지지율은 정체되고 대통령 지지율은 오른다는 분석이 나온 것도 영향을 준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박 의원의 탈당으로 국민의힘 의석수는 한 석 줄어 103석이 됐다.

지난달 23일 한 언론의 의혹 제기 직후부터 민주당은 박 의원에 대한 사·보임을 요구했고, 박 의원은 스스로 국토위에서 사임하고 환경노동위원회로 이동했다. 그 후 김홍걸 의원의 재산 논란과 이상직 의원의 회사 운영 의혹이 크게 논란이 된 뒤 민주당 진성준 천준호 의원 등이 잇따라 국토부와 서울시 등의 자료를 인용해 “박 의원 일가 회사가 최근 5년간 공사 수주, 신기술 사용료 등 명목으로 1000억여 원을 받았다” “경북 등 다른 지자체 사업도 수백억 원 수주했다”며 특혜 의혹 액수를 2000억 원 가까이로 늘렸다. 이날 민주당 최인호 수석대변인은 박 의원의 탈당에 대해 “억울함만 토로한 박 의원의 피해자 코스프레가 개탄스럽다. 탈당으로 위기를 모면하려 하지 말고 의원직을 사퇴하고 수사를 받으라”고 했다.

최우열 dnsp@donga.com·윤다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