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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의 관성으로 코로나19를 본다면[이기진 교수의 만만한 과학]

입력 | 2020-09-18 03:00:00


이기진 교수 그림

이기진 서강대 물리학과 교수

다시 한 학기가 시작됐다. 1학기와 달라진 점이 있다면 이 상황에 더 익숙해졌다는 것뿐. 학생들도 이제는 안정적으로 공부에 몰입하는 것 같다. 주위의 동료 교수들도 이제는 인터넷 강의에 많이 친숙해졌다. 연구 역시, 예전과 같은 활발한 국제적 협력은 어렵지만, 연구실에서 조용히 진행되는 중이다. 이런 대학의 상황을 보면 뭔가 관성의 힘이 붙은 느낌이 든다.

관성의 법칙은 물리학을 배울 때 가장 처음 배우는 뉴턴 물리학의 가장 기초적인 개념이다. 이 법칙의 가장 중요한 키워드는 ‘연속’이다. 어떤 정지 상태나 운동 상태에서 외부의 힘이 작용하지 않으면 물체는 계속해서 정지해 있거나 그 운동을 계속하려고 한다. 유조선이 가던 방향을 90도로 바꾸기 위해서는 엔진을 끄고 수 킬로미터 이상을 더 가야 한다. 이보다 더 무게가 나가는 항공모함이 방향을 바꾸려면 더 긴 시간과 거리를 필요로 한다. 무거운 물체일수록 방향을 쉽게 바꿀 수 없기 때문이다. 자기가 가던 방향을 바꾸기 위해서는 또 다른 강력한 힘이 필요하다. 그러면 코로나바이러스라는 힘에 의해 바뀐 일상의 변화는 그 방향을 바꾸기 위해서 어떠한 힘과 얼마만큼의 시간이 필요할까?

우주를 비행하는 물체는 자신의 방향을 바꾸기 힘들다. 지구에서는 공기 속의 입자들이 비행하는 물체에 부딪혀 저항을 만들지만, 우주 공간에서는 비행을 막는 저항의 힘이 없기 때문이다. 저항이 없으면 쉽게 멈출 수 없다. 우주에서 우주선을 수리하기 위해 우주선 밖으로 나와 망치를 휘두르다가 놓치면 망치는 회전하면서 우주 끝 어딘가에 부딪힐 때까지 날아간다. 즉, 관성의 힘은 그 환경의 지배를 받는다.

우리는 뉴턴 역학의 중심인 태양을 중심으로 살고 있다. 지구와 태양은 기적적으로 가장 적절한 위치에 놓여 있다. 지금의 위치보다 멀었다면 지구는 화성처럼 얼어붙은 사막이 되었을 것이다. 반대로 가까웠다면 지구는 금성처럼 산성비가 내리는 뜨거운 행성이 되었을 것이다. 멀거나 가깝거나, 둘 다 살아남으려는 생명체에게는 혹독한 곳이다. 달 역시 지구가 지금과 같은 공전주기를 유지하는 데 가장 적절한 크기를 가지고 있다. 지금보다 작았다면 지구의 자전을 방해해 지금과 같은 안정적인 지구 환경이 되기 어려웠을 것이다. 이처럼 지구에 생명체가 진화하면서 살아갈 수 있게 된 것은 달과 지구가 아주 적절한 크기와 거리를 유지한 덕분이다.

지구의 크기와 질량 역시 가장 적절한 값으로 만들어져 있다. 만일 지구가 지금의 질량보다 작았다면 중력이 작아져 대기 중에 산소를 붙잡아둘 수 없었을 것이다. 만약 질량이 컸다면 원시 시대에 형성된 유독가스가 대기 중에 섞여서 생명체가 살아가기 힘들었을 것이다. 이 기적 같은 우연의 일치 속에 해와 달, 지구가 자전과 공전을 반복하는 중이다.

관성의 틀 속에서 지구를 비롯해 인간의 삶과 환경이 가장 적절히 세팅되어 있다는 것은 기적에 가까운 일이자 가장 다행스러운 일 중 하나다. 그러면 새롭게 등장한 코로나19라는 변수는 어떻게 볼 수 있을까? 물리학으로 보면 이런 견고한 우주의 관성의 틀 속에서 코로나19 같은 시련은 어쩌면 어떤 변화를 만드는 작은 힘 축에도 들지 않을지 모른다. 우리에게는 큰일이지만.

이기진 서강대 물리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