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영 한화생명 라이프플러스랩
촬영 전 근처 카페에서 일기를 썼다. 사진 찍기 전 담고 싶은 이미지와 컬러에 대해 대화를 한다기에 그에 대한 답을 준비하고 싶었다. 한참을 썼다 지우기를 반복했지만 결국 낯설고 유명한 식당을 방문했을 때처럼 전문가의 추천에 기대 보기로 했다.
작가님은 기대했듯 멋진 분이었고 기대 이상으로 진솔하게 대화를 이끌어 주셨다. “어떤 이미지를 남기고 싶으세요?” 얼마간의 대화 끝에 촬영이 있었고, 다시 대화가 이어졌다. “원색보다는 오히려 맑은 컬러가 어울리시는 것 같아요.” 대화 끝에 찾은 나의 컬러는, 하늘색. “얼굴 중 바꾸고 싶으신 데 있으세요?” “아 저, 여기가 조금…” “지금 이대로도 너무 좋아요. 강인한 이미지를 지니셨어요.” 몇 번의 질문과 납득이 오갔고, 질문이 거듭될수록 나는 왠지 내 얼굴의 구석구석이 조금씩 더 좋아졌다.
세상에 같은 풍경 하나 없지만 제각각 의미와 매력이 있듯, 모든 얼굴에는 각자의 삶과 생각과 개성이 녹아 있다는 것을 태어나 처음 체험했다. 타인 얼굴의 개성에는 관대하면서 스스로의 얼굴에는 얼마나 냉엄했던가. 이래서 마음에 안 들고 저래서 아쉬웠던 곳곳이, 자연 보듯 작품 보듯 타인의 얼굴 보듯 대상화하니 오히려 더 아름답게 다가왔다. 그랬다, 그날의 경험은 단순히 사진 한 장 찍기 위한 과정이 아닌 체험 그 자체였다.
여전히 휴대전화 사진 속 ‘쌩얼’의 나는 낯설고 창피하다. 가능하면 갖은 필터와 보정 뒤로 숨고 싶고 그 편이 더 친숙하기까지도 하다. 그리고 그건, 한 살 한 살 나이를 먹을수록 더욱 달라지기 어려운 사실일 것이다. 하지만 ‘있는 그대로의 나’ 중 가장 아름다운 모습을 나는 두고두고 기억할 것이다. 있는 그대로의 내 얼굴을 사랑하는 법. 그 방법을 알고 난 후의 나는 더 이상 전과 같을 수 없다.
김지영 한화생명 라이프플러스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