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승은 이대목동병원 성형외과 교수(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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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서도 여러 제제가 쏟아져 나오고 있는데 이 중 하나가 메디톡스라는 회사가 만드는 ‘메디톡신’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6월 메디톡신의 품목 허가를 취소했다. 생산 과정에서 무허가 원액을 썼는데도 허가 원액으로 생산한 것처럼 허위로 서류에 기재하는 등 약사법을 명백히 위반했다는 게 이유다. 국민 건강과 안전을 위협했을 뿐만 아니라 서류를 조작해 당국을 기만한 만큼 시장 퇴출이라는 무관용 원칙을 적용했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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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톡스는 사실을 일부 인정하면서도 조치가 너무 가혹하다며 법원에 품목허가 취소처분 집행을 정지해달라는 집행정지 신청을 냈다. 대전지방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지만 해당 업체는 곧바로 항고했고 대전고등법원은 1심 결정을 뒤집고 집행정지 신청을 인용했다.
항소심 법원이 이렇게 결정한 건 제품의 허가 취소로 기업에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가 생기는 것을 예방할 필요가 있고 제품이 판매된다고 하더라도 공공복리에 중대 영향을 미칠 우려가 없다고 판단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또 식약처의 품목허가 취소처분에 대한 적법성에도 의문을 표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메디톡스는 지금도 바뀐 원액이 서로 동등하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하지만 법원의 판단을 아무리 존중한다고 해도 엄정한 법 집행을 강조해온 식약처 입장에서는 이런 결정을 받아들이기 어려웠을 것이다. 예상대로 식약처는 대법원에 재항고했다.
이번 판결을 두고 법조계에서는 대법원의 판례와 배치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법원은 시험자료 조작이 경미하고 제약회사의 귀책사유가 적었다고 평가된 사례에서조차 ‘안정성, 유효성이 보증되지 않은 의약품은 국민의 생명, 건강에 직접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엄격한 기준을 적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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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잘못의 크기가 작다고 주장해도, 그 제품으로 인한 공중위생상의 위해가 현실적으로 발생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국민 건강을 생각한다면 의약품 안전관리는 무조건 지켜져야 할 절대적 가치다.
그런 점을 고려하면 이번 판결은 ‘국민 안전’이라는 절대가치보다 잘나가는 바이오 기업의 사정을 너무 봐준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사소하다는 이유로 절차상의 잘못이 쉽게 용서된다면 분명 이런 일들은 반복돼 일어날 것이고 그 손해는 결국 국민이 입게 될 것이다.
의료분야만큼은 관용 없는 법 집행이 필요하다. 국민의 건강과 생명은 돌이킬 수 없는 것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