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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언택트 시대, 官의 낡은 밧줄에 꽁꽁 묶인 대학교육

입력 | 2020-09-04 00:00:00


코로나 이후를 준비하는 한국 대학들은 당면한 가장 큰 어려움으로 정부 규제를 꼽았다. 동아일보가 전국 44개 사립대 총장들에게 물어본 결과다. 총장 10명 중 8명이 최근 10년간 각 대학이 운영여건과 경쟁력에서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고 했고 10명 중 9명은 이번 코로나19 유행으로 더욱 심각한 피해를 입었다고 답했다. 대학들이 힘들어진 요인으로는 재정여건(70.5%)과 정부정책(56.8%)이 꼽혔다.

주목할 점은 대학들이 이처럼 재정에 어려움을 느끼면서도 코로나 대응에 시급한 조치로 정부 재정지원(61.4%)보다 규제완화(79.5%)를 꼽았다는 것이다. 대학들이 시대 변화에 맞게 빠른 변신을 할 수 있도록 묶인 손발을 풀어달라는 것이다. 총장들은 교육부가 시대착오적 규제를 들이대 대학 스스로 혁신할 수 있는 기회를 빼앗고 있다고 아쉬워했다.

교육부가 재정지원을 무기로 교원임용 규정이나 대학평가 등에서 아날로그 시대 지표를 요구하다 보니, 애초에 캠퍼스 없는 대학으로 유명한 미국의 ‘미네르바 스쿨’ 같은 혁신은 불가능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대학들은 이번 코로나 사태에 대응하면서도 교육부의 ‘족쇄’를 절절히 체감했다고 한다. ‘원격수업 서버를 사려 카드 들고 뛰면서도 (교육부) 감사에 걸릴까 걱정하고’, ‘강의 동영상 길이까지 통제당했다’는 사례를 접하다 보면 숨이 막힐 지경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 갑자기 불거진 코로나 사태가 전 세계의 언택트화를 가속화하고 있다. 이런 세상에서는 시대 흐름에 얼마나 유연하게 대응하느냐가 그 사회와 국가의 미래 경쟁력을 좌우하게 된다. 미국 스탠퍼드대, 조지아공대 등 유수의 대학들이 실리콘밸리 기업들과 협업해 인공지능(AI)을 활용한 딥러닝 시스템을 개발하고, 유명 대학들 사이에 온라인 강의를 공유하는 등의 변화가 광범위하게 펼쳐지고 있다.

교육부의 깨알 규제에 갇혀 옴짝달싹 못 하는 국내 대학들의 처지와는 천양지차가 아닐 수 없다. 대학 등록금이 동결된 지 11년째, 교육부는 지원금을 미끼로 목줄을 쥐려 할 게 아니라 국내 대학들이 진정한 혁신을 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