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에 달린 것보다 땅에 떨어진게 더 많아 "배농사 50년에 이런 적 처음, 또 태풍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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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일만 더 버텨 줬으면 추석 차례상에 올라갈 수 있었는데 태풍 때문에 1년 배농사 다 망쳤네요”
3일 오전 전남 나주시 금천면 배과수단지 농민 박모(71)씨는 지난 밤 태풍 ‘마이삭’의 강풍을 맞고 힘없이 떨어져 버린 배를 보며 망연자실했다.
나무보다 땅에 굴러다니는 배가 더 많은 것을 보고 “기절 하는 줄 알았다”며 심정을 표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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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9900㎡ 부지의 나무에는 배를 거의 찾아 볼 수 없었다.
그나마 나무에 달려 있던 배도 꼭지 부분이 바람에 흔들려 손만 대면 땅으로 뚝 떨어지기 일쑤였다.
박씨는 “백화점에서 나주배는 명품으로 통해 1개당 7000~8000원에 판매된다”며 한숨을 쉬었다.
이어 먹을 수 있는 배라도 골라내기 위해 주저 앉아 떨어져 있는 배를 주워 감싸고 있던 신문지를 벗겨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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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씨는 “배에 당분이 꽉차 있기 때문에 벌레들이 꼬인다”며 “다음주 정도면 수확할 수 있을 것 같아 기대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아울러 “배즙이라도 만들기 위해 골라내고 있는데 거의 없다”며 “배농사 50년을 했는데 이런 적은 처음이다”고 울먹였다.
그러면서 “다음주에 태풍이 또 온다고 해 막막하다”며 “그나마 나무에 달려있는 배들 마저 떨어지면 올해 농사는 완전히 끝난다”고 하늘을 쳐다보며 원망했다.
박씨 인근의 다른 배과수 농가도 사정은 똑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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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민 이모(50)씨는 “지난 태풍 때 한차례 흔들거렸던 배들이 이번 태풍 때 완전히 떨어진 것으로 보인다”며 “다음 태풍 때는 그나마 버티고 있던 배들도 위험하다”고 밝혔다.
[나주=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