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이달 23일(현지시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환자로부터 기증받은 혈장을 사용해 중증 코로나 환자를 치료할 수 있도록 승인했다. 완치된 환자에 형성된 항체가 포함된 혈장을 다른 환자에 투여해 바이러스와 싸우는 항체형성을 돕는 방식이다.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환자가 발생한 미국에서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언론 앞에 나서 “혈장치료 임상에서 코로나19 환자의 사망 위험을 35% 줄였다”며 “코로나19 치료에 아주 효과적인 치료법”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하지만 감염병 전문가들은 미국이 승인한 혈장치료의 효과를 뒷받침할 데이터가 여전히 부족하다고 지적해 논란이 일고 있다. 국제학술지 네이처는 FDA가 긴급승인을 허가하기에 앞선 이달 19일(현지시간) “혈장치료가 실제로 코로나19 환자에게 도움이 된다는 증거가 여전히 부족하다”며 “사망률 35% 감소라는 데이터 출처도 불분명하다”는 전문가들의 인터뷰 내용을 전했다. 이와 관련해 스티브 한 FDA 국장은 “전문가들의 비판은 정당하며 혈장치료가 상대적으로 사망 위험을 줄인다고 설명해야 했다”고 밝혔다.
● 혈장치료는 회복된 환자 혈장을 수혈
사람의 혈액에는 보통 적혈구가 42%, 백혈구가 1%를 차지한다. 혈구를 뺀 나머지 액체가 혈장이다. 혈장은 약 90%의 물과 7~8%의 단백질, 2%의 기타 성분으로 구성된다.
혈장치료에선 코로나19 감염된 뒤 완치된 환자의 혈장을 확보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들 완치 환자의 혈장에는 코로나19 바이러스에 대항하는 항체들이 들어있다. 코로나19에 감염된 환자들 “속에는 바이러스 단백질 일부를 인지하는 면역단백질인 ‘이뮤노글로불린’과 ‘이뮤노글로불린 항체’가 형성된다. 이들 항체가 포함된 혈장을 다른 환자에게 직접 투여해 항체를 주입하고 면역력을 활성화시켜 바이러스 증식을 억제시키는 게 혈장치료다. 국내에서도 혈장치료가 일부 환자 치료에서 활용되기도 했다. 지난 4월 서울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의료진은 혈장치료로 코로나19 중증 환자 2명을 치료했다는 연구결과를 공개하기도 했다.
● 혈장치료와 혈장치료제는 달라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 본부장은 ”현재 국립보건연구원과 녹십자가 약물 개념의 혈장치료제에 대한 임상시험을 진행하고 있다“며 ”완치자의 혈장을 공여받아 임상시험용 혈장치료제를 개발해 혈액제제를 만들었고 임상2상 허가를 받아 이르면 다음주부터 임상2상을 진행한다“고 말했다. 이주연 국립보건연구원 신종매개체감염병연구과장은 ”혈장치료 효과가 어느 정도 확인되면 국내 개발 중인 혈장치료제도 긍정적인 결과가 나올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 ”혈장치료, 데이터 근거 부족해 정교한 연구 필요“
아직 이렇다할 코로나19 치료제가 없는 상황에서 혈장치료는 그나마 유망한 치료법으로 주목받고 있다. 급증하는 코로나19 환자만큼이나 완치자도 늘어나고 있어 혈장 확보도 점점 용이해지고 있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24일(현지시간) 현재 시점에서 유망한 코로나19 치료법으로 혈장치료를 지목했다.
완치 환자가 공여한 혈장에 포함된 항체 농도를 분석하지 않은 점도 치료방식의 신뢰를 떨어뜨리는 부분이다. 과학자들은 투여한 혈장에 원래 중화항체가 얼마나 들어있는지 확인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마틴 랜드레이 영국 옥스퍼드대 교수는 ”말라리아 치료제인 클로로퀸은 결국 과학적 데이터가 부족해 코로나19 치료제로 부적합하다는 결론이 났다“며 ”혈장치료가 과학적으로는 근거가 있겠지만 명확한 결론을 내리기에는 아직 충분한 데이터가 없다“고 말했다.
김민수 동아사이언스 기자 rebor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