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자치구 추경편성 뜯어보니 3차례 추경 3곳, 2차례는 13곳 SOC 투자하며 방역은 찔끔 배정 매년 진행한 일자리-주민행사에 ‘코로나’만 붙여 예산 끼워넣기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서울시 자치구에서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하며 내건 문구들이다. 몇몇 자치구는 ‘코로나 긴급 추경’이라는 명목으로 많게는 3차례 대규모 추경을 편성했다. 하지만 이들 자치구의 추경 내용을 살펴보면 ‘코로나19 극복’이라는 추경 목적과는 거리가 멀었다.
십수 년간 해온 기존 사업이나 청사 건립에 필요한 예산을 ‘코로나 예산’으로 둔갑시킨 경우도 많았다. 동아일보는 6∼8월 추경을 의회에 제출했거나 편성이 끝난 자치구의 ‘유사 코로나19 추경’을 살펴봤다. 서울시에 따르면 올해 3차례 추경을 단행한 자치구(25일 기준)는 도봉, 동작, 서초구 등 3곳이다. 2차 편성한 곳은 강서, 광진, 용산구 등 13곳, 한 차례만 편성한 곳은 강남구 등 8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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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차 추경을 완료한 서대문구는 “포스트 코로나에 대비하겠다”며 의회에 2차 추경 심의를 요청했다. 하지만 공용 청사 건립, 관광지 개발 등에 200억 원이 넘는 예산을 배정한 반면 코로나19 방역에 책정된 예산은 19억여 원에 불과했다.
10년 넘게 진행했던 사업을 ‘코로나 예산’으로 둔갑시킨 사례도 나왔다. 금천, 영등포, 은평구는 2012년부터 해온 ‘희망일자리 사업’을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희망일자리 사업’으로 명칭만 바꿔 코로나 예산으로 분류해 의회에 심의를 요청했다. 지난해부터 진행한 자치구별 지역화폐 사업을 코로나 예산으로 구분한 자치구도 8곳이나 됐다.
은평구는 2014년부터 열었던 ‘힐링콘서트’가 취소되자 ‘코로나에 지친 구민들을 위한 힐링콘서트’로 명칭을 바꿔 예산을 타냈다. 은평구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취소됐던 벚꽃축제 행사비 감액분을 힐링콘서트로 바꾼 것”이라며 “콘서트를 열면 주변 상가에 사람들이 방문하니 지역 경제 활성화에도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일반적으로 기초자치단체의 추경은 ‘정리추경’의 성격이 강하다. 당초 집행하기로 한 예산의 불용(不用)률을 줄이기 위해 사업 간 예산 항목을 전용하는 방식으로 한 해 사업을 정리한다는 취지로 추경이 이뤄진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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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훈 기자 easyho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