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은 가장 셌던 ‘매미’와 비슷, 최대풍속 60m… 4조 피해 초래 서해안 타고 한반도를 오른쪽에… 수천억 피해낸 ‘볼라벤’ 경로 밟아 호남-제주에 최대 500mm 비 예보… 남부지방 수해복구 무용지물 우려
25일 기상청에 따르면 바비가 몰고 오는 강풍은 역대 가장 센 바람으로 기록된 태풍 ‘매미’와 비슷하거나 그 이상일 것으로 보인다. 매미는 2003년 9월 한반도에 도달했는데 제주지역에서 최대순간풍속 초속 60m의 강풍이 기록됐다. 당시 태풍으로 인해 무려 4조2200억 원의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이동 경로만 놓고 보면 태풍 ‘볼라벤’(2012년) ‘링링’(2019년) 때와 비슷하다. 두 태풍 때 모두 수천억 원의 재산 피해가 났고 일부 지역은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됐다. 볼라벤과 링링 모두 바비처럼 서해상으로 올라왔다. 한반도 내륙 전체를 태풍의 오른쪽에 두고 이동하게 된다. 태풍의 오른편은 이동속도와 회전속도가 결합하는 위험반원이다. 비바람이 한층 더 강하게 불기 때문에 그만큼 피해도 크다.
서울 등 수도권 지역은 27일 오전 출근길이 걱정이다. 바비는 이날 오전 5시경 서울에 가장 가깝게 접근할 것으로 예보됐다. 서울지역에는 강한 바람과 함께 적게는 30mm에서 많게는 100mm까지 비가 내릴 것으로 보인다. 출근길 사회적 거리 두기를 유지하기가 쉽지 않을 수 있는 만큼, 수도권에서는 기관이나 기업에 따라 출근시간 조정도 필요해 보인다.
수해지역은 비상이 걸렸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복구가 더딘 가운데 태풍까지 겹치며 더 큰 피해가 우려되는 탓이다. 지금까지 복구작업이 무용지물이 될 수도 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전국 곳곳에서 선별진료소가 운영 중이다. 대부분 야외에 천막이나 컨테이너 등으로 만들어졌다. 강풍이 불면 정상적인 운영이 불가능하다. 코로나19 진단검사에도 차질이 불가피하다.
기상청은 “상습 침수구역은 사전에 안전한 곳으로 대피하고 해안가나 높은 산지에 설치된 규모가 큰 다리와 도서지역은 바람이 더욱 강하게 불 수 있으니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산림청은 25일 오후 7시를 기해 서울과 경기 제주 등 전국 14개 시도에 내려진 산사태 위기 경보를 ‘주의’에서 ‘경계’로 상향했다. 태풍 바비는 베트남의 산맥 이름이다.
임우선 기자 imsu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