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月 40만원 ‘재택 아르바이트’ 했다가 사기 사건 휘말린 사연

입력 | 2020-08-25 18:50:00


“재택 아르바이트를 했다가 전과자가 될 상황이예요.”

지난달 서울 서초구에 있는 한 법률사무소를 찾은 대학생 A 씨는 변호사에게 사연을 털어놓으면서 고개를 떨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일거리를 잃게 된 A 씨가 생활비를 벌려고 ‘재택 아르바이트’를 했다가 사기 사건에 휘말려 수사를 받게 됐기 때문이다.

A 씨는 지난달 초 인터넷 구직사이트에 “재택 아르바이트를 구한다”는 글을 올렸다. 며칠 뒤 한 위생업체 대표라는 사람이 메시지를 보내와 “집에서 위생용품을 포장해서 보내주면 한 달에 40만 원을 주겠다”고 제안했다. A 씨는 이 일을 맡아 했다.

한 달쯤 뒤 업체 대표는 A에게 연락해 “실수로 약속된 돈보다 많은 액수를 입금했다. 직원을 보낼테니 돈을 다시 돌려달라”고 요구했다. A 씨는 업체 대표가 시키는 대로 서울의 한 지하철역에서 마스크를 쓴 남성에게 돈이 든 봉투를 건넸다. 그런데 A 씨에게 일을 시킨 업체 대표와 돈 봉투를 받아간 남성은 경찰이 주시해온 보이스피싱 조직원이었다. 이들은 범죄로 얻은 자금을 세탁하기 위해 A 씨를 끌어들인 것이었다. 경찰은 A 씨가 이들의 돈 세탁 행위를 도우려 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보고 A 씨까지 조사하고 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일거리를 잃은 아르바이트생들이 ‘비대면 아르바이트’를 하려다가 사기 범행에 연루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대한법률구조공단은 국내 첫 확진자가 발생한 올해 2월 18일부터 이달 25일까지 ‘재택 아르바이트’ 도중 돈을 전달하거나 계좌를 빌려줬다는 이유로 수사를 받게 돼 무료 상담을 진행한 사례가 9건에 이른다 밝혔다.

대학생 B 씨도 지난달 재택 아르바이트를 하던 중 업체 관계자로부터 “돈을 입금해 줄테니 거래처에서 물품을 직접 구입한 뒤 포장하라”는 요구를 받고 그대로 따랐다. 이 업체도 보이스피싱 조직과 관련된 곳이었다. 조직원들끼리 직접 금전을 주고받을 경우 수사망에 포착될 수 있기 때문에 아르바이트생들을 ‘전달책’으로 쓰는 것이다. B 씨는 사기 방조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고 있다.

법무법인 덕수의 황준협 변호사는 “재택 아르바이트인 줄 알고 일을 맡았다가 사기방조 등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는 경우가 적지 않다”며 “요즘 ‘비대면’ 상태에서 낯선 사람에게서 일감을 받는 경우가 있는데 돈을 전달하거나 계좌를 빌려달라는 요구를 받는 순간 범죄를 의심하고 신고해야 한다”고 말했다.

고도예 기자 ye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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