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준희 서울 관악구청장 인터뷰
박준희 서울 관악구청장은 10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낙성벤처밸리를 청년 창업자들이 몰려드는 한국의 실리콘밸리로 키우겠다”고 말했다. 관악구 제공
박준희 서울 관악구청장(57·더불어민주당)은 관악구에서만 구의원 8년, 시의원 8년을 지냈다. 박 구청장은 10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우리 구의 만 19∼39세 청년인구비율은 40.4%(5월 기준)로 전국 기초자치단체 중 가장 높은데도 강남이나 구로구에 일터를 둔 청년들의 베드타운이란 인식이 컸다”고 아쉬워했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그는 민선 7기 선거 당시 ‘경제구청장’을 표방해 주민들의 선택을 받았다. 박 구청장은 “서울대의 우수한 인적 자원과 관악산 도림천을 잇는 양질의 생태환경, 강감찬 장군의 출생지라는 문화적 토양에 청년과 골목상권을 위한 경제 정책이 뒷받침된다면 젊고 활력 넘치는 도시의 위상을 지켜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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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성벤처밸리 조성 계획의 일환이다. 현재 3곳인 창업인프라 시설을 2022년까지 13곳으로 늘리는 게 목표다. 올 3월 낙성벤처밸리 거점 역할을 할 2곳도 문을 열었다. 서울지하철 2호선 낙성대(강감찬)역에 서울창업카페 낙성대점도 있다. 하반기에는 기존 관악창업공간이 리모델링을 거쳐 관악창업센터로 확대되는 등 시설 2곳이 더 들어선다. 마중물로 창업펀드를 조성해 입주 기업에는 무담보로 대출해주는 방안도 계획 중이다.”
―캠퍼스타운 조성 사업도 활발하다.
“미국 실리콘밸리에는 스탠퍼드대, 중국판 실리콘밸리라 불리는 중관춘(中關村)에는 칭화대가 있다. 이들 대학의 우수 인력을 자원 삼아 하나의 커다란 창업밸리를 형성한다. 서울대는 아직 보이지 않는 담장에 둘러싸여, 관악구와 별개 공간 같다. 우수 인력은 강남, 판교로 나간다. 이들이 관악구에 터를 잡고 뭔가 할 수 있게 노력하고 있다.”
―서울대와 협력이 필수적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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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타깃 정책이 두드러진다.
“약 20만 명의 청년이 관악구에 산다. 주거비용이 비교적 덜 드는 고시촌이나 원룸 등에 살면서 출근은 강남이나 구로의 ‘G밸리’로 하는 청년이 많다. 청년들이 관악구에 애정을 가져야 미래가 밝다. 2018년 11월에는 서울시 자치구에서 유일하게 청년정책과를 신설했다. 청년청 건립을 비롯해 청년들의 부동산 중개 수수료를 낮추거나 1L짜리 쓰레기 종량제 봉투를 내놓는 등 좀 더 구체적이고 섬세한 정책으로 청년들이 살기 좋은 구를 만들려 한다.”
―골목상권 활성화도 청년 정책의 일환인가.
“그렇다. 글로벌 브랜드인 스타벅스도 미국 시애틀의 골목에서 시작했다. 골목상권과 전통시장에 생기가 돌면 지역 경제도 활성화되고 청년들의 통통 튀는 아이디어로 크게 성장하는 브랜드도 나올 수 있다. 관악구의 대표 골목상권인 ‘샤로수길’에도 최근 조형물을 새로 놓고 도로 포장도 다시 하는 등 젊은이들이 많이 찾는 곳으로 거듭나도록 힘을 쏟고 있다.”
―관악구의 중심 생태축인 도림천의 변화가 눈에 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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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농업 기반 시설이 많이 들어서고 있다.
“지난해 개장한 ‘더불어 도시농업공원’은 관악구의 대표적 힐링 공간이다. 1만5000m² 부지에 경작체험원과 허브·장미원, 치유의 숲 등을 조성했다. 도시농업 지원센터에서는 농업 관련 상담과 기술 교육, 체험 프로그램도 진행한다. 관악구에는 단일 면적으로 서울시에서 최대 규모(1만3760m²)인 ‘강감찬 텃밭’도 있다. 연말에는 ‘관악도시농업 복합공간’도 열 계획이다.”
―사업이 많아 예산 확보가 관건으로 보인다.
“선거 당시 주민들과 약속한 공약 72개 과제를 실천하려고 보니 약 1조7000억 원이 들겠더라. 우리 구 자체 예산으로는 턱도 없다. 재정분권이 필요한 이유다. 대한민국의 지속가능한 성장과 포용국가 실현을 위해서는 자치분권과 재정분권이 필수적인 시대정신이라 생각한다.”
박창규 기자 kyu@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