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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네이버서 장까지…홈플러스·GS리테일과 손잡고 ‘마트’ 오픈

입력 | 2020-08-20 17:21:00

홈플러스가 21일 네이버 ‘장보기’ 서비스에 공식 입점한다© 뉴스1(홈플러스 제공)


‘유통공룡’ 네이버에서 대형마트와 슈퍼마켓 물건까지 살 수 있게 됐다. 국내 대형마트 2위 업체 홈플러스와 편의점 1위 GS리테일, 하나로마트는 ‘네이버 장보기’ 서비스에 입점한다고 20일 밝혔다. 네이버 사용자는 장보기 서비스에 입점한 유통업체에 별도로 가입이나 로그인할 필요 없이 이용할 수 있다. 이른바 ‘네이버 마트’가 문을 연 셈이다.

네이버 장보기에서는 홈플러스가 신선, 가공식품을 비롯해 생활용품, 패션, 가전제품 등 온라인에서 판매하는 전 제품 2만3000여 종을 살 수 있다. 소비자가 네이버를 통해 주문하면 가장 가까운 점포에서 당일배송을 해 준다. 배송시간도 선택할 수 있다. GS리테일도 자사 온라인몰 ‘GS프레시몰’에서 파는 모든 상품과 당일배송, 새벽배송 등 기존 서비스를 그대로 네이버 장보기에서 이용할 수 있게 했다. 하나로마트도 ‘농협몰’을 통째로 입점했다.

대형 오프라인 유통업체가 이커머스와 손을 잡은 게 처음은 아니다. 홈플러스는 2014, 2015년 11번가와 G마켓, 옥션에 연이어 입점했고, 이마트몰도 올해 4월에는 11번가에 들어갔다. 하지만 네이버쇼핑 입점은 기존 이커머스 업체와의 협업과는 차원이 다르다는 분석이 나온다. 네이버의 강력한 플랫폼 경쟁력 때문이다. 검색 서비스나 콘텐츠 이용, 네이버페이 결제, 멤버십 등으로 묶인 사용자를 잠재 고객으로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온라인을 통한 ‘언택트 소비’가 급증하고 있지만 기존 오프라인 유통업체의 온라인 성적은 쿠팡 등에 밀려 신통치 못했다”며 “네이버쇼핑에 ‘얹혀’가면 빠르게 온라인 점유율을 높일 수 있다는 전략”이라고 말했다.

유통업체와 네이버는 모두 이번 제휴로 서로 상대적으로 약한 부분을 보완해 윈윈할 것으로 보인다.

일단 네이버는 상대적으로 약했던 신선식품 분야 구색을 대폭 늘리고, 콜드체인망도 확보하게 됐다. 리서치업체인 오픈서베이에 따르면 7월 모바일 쇼핑 앱 이용률(중복 응답)은 쿠팡(54.7%)이 네이버쇼핑(52.6%)보다 근소하게 앞서고 있다. 하지만 장보기를 통해 신선식품까지 갖추며 압도적인 경쟁력을 갖추게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미 6월 말 기준 ‘스마트스토어’가 35만 개에 이르는데다 ‘브랜드스토어’에는 LG생활건강과 아모레퍼시픽, CJ제일제당, 농심, 풀무원 등 대기업 브랜드뿐 아니라 루이비통과 구찌 등 명품 브랜드까지 입점해 모바일 쇼핑 시장에서 경쟁력을 공고하게 다질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홈플러스 역시 이번 제휴로 연내에만 160만 명의 온라인 소비자를 모으고 매출이 10% 이상 오를 것으로 기대했다. 기존에 이마트가 계열사 ‘쓱닷컴’ 등을 통해 온라인 사업을 강화하는 것과 달리 온라인 분야가 상대적으로 약했던 점을 보완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홈플러스는 2021년까지 전국 전 점포에 온라인 물류센터 기능을 넣고, 콜드체인 배송차량도 기존 1000여 대에서 3000대로 늘리는 등 투자도 늘리기로 했다.

다만 일각에선 네이버 장보기 입점이 유통업체에 장기적으로는 ‘독약’이 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네이버쇼핑에 대한 집객 의존도가 높아질수록 기존 대형마트는 네이버쇼핑의 ‘물류센터’로 전락하는 등 네이버에 종속될 수 있다는 우려다. ‘네이버 마트’의 공세는 쿠팡에 이어서 오프라인 유통업계에 치명타를 가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네이버에는 중립성을 요하는 포털 검색 영향력을 커머스, 광고 등 자사 비즈니스에 활용한다는 비판도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며 “네이버 마트에서도 시장지배적 지위를 남용하는 일이 없는지 살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네이버는 검색에서 네이버페이를 쓰는 사업자 제품을 검색 상단에 올려 공정거래위원회에서 조사받고 있다.

황태호 기자 taeho@donga.com
신무경 기자 ye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