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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의 괴상함은 매력적이게… 평범함은 특별하게 느껴지길 바랐죠”

입력 | 2020-08-18 03:00:00

‘사이코지만 괜찮아’ 박신우 PD
동남아 넷플릭스서 1위 기록… 남미 지역서도 ‘톱10’ 진입
정신질환자의 심리묘사 장면, 영화 같은 감각적 연출로 호평




tvN 드라마 ‘사이코지만 괜찮아’에서 함께 가족사진을 찍은 강태(김수현)와 문영(서예지), 그리고 상태(오정세). 박신우 PD는 “정말 어려운 캐릭터들을 선택해준 것만으로도 배우들을 존경한다”고 말했다. tvN 제공

유년 시절 부모의 사랑을 받지 못해 감정이 메마른 아동문학 작가 고문영(서예지), 아픈 형을 돌봐야 하는 현실의 무게로 사랑을 거부하는 정신병동 보호사 문강태(김수현), 자폐증을 앓는 강태의 형 문상태(오정세)까지. 9일 종영한 tvN 드라마 ‘사이코지만 괜찮아’의 등장인물은 모두 결핍으로 인한 상처를 안고 살아간다. 드라마는 세상의 기준에서는 ‘사이코’처럼 보이는 이들이 서로의 아픔을 이해하고 연대하는 과정을 따뜻하게 그려냈다. SBS ‘질투의 화신’, tvN ‘남자친구’에 이어 ‘사이코지만 괜찮아’를 연출한 박신우 PD를 17일 서면으로 만났다.

‘사이코지만 괜찮아’는 방영 직후부터 동남아시아 대부분 국가에서 넷플릭스 일간 ‘톱10’ 1위를 차지했고, 일본에서도 12화 방영 이후 1위에 올랐다. 남미와 오세아니아 지역에서도 톱10에 진입하며 세계적인 인기를 끌었다.

“불편한 사람들의 불편한 이야기를 다루는 드라마여서 어떻게 소개하고 풀어나갈지에 대한 고민이 가장 컸다. 너무 편안하면 개성이 없을 것 같고, 너무 불편하면 외면당할 것 같아 그 사이를 찾으려 애썼다. 문영의 괴상함이 오히려 매력적이길, 강태의 평범함이 오히려 특별하길, 상태가 가진 불편함이 오히려 사랑스럽길 바라며 작업했다.”

박신우 PD

드라마는 세 주인공을 비롯해 강태가 일하는 ‘괜찮은 병원’의 정신질환 환자들이 가진 사연과 심리를 조명했다. 특히 베트남전 참전에서 겪은 살육으로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를 앓는 간필옹(김기천)이 버스 안에서 공사장 드릴 소리를 듣고 전쟁 당시로 ‘플래시백’(현실에서 단서를 접했을 때 그것과 관련된 강렬한 기억에 몰입하는 현상)하는 장면은 시청자들로부터 ‘PTSD의 플래시백을 가장 실감나게 연출한 장면’이라는 호평을 받았다. 귀를 막고 눈을 질끈 감은 채 버스 한가운데 주저앉은 간필옹의 양옆 창문 밖으로 대포가 터지고 총알이 날아다니는 장면은 실제 전쟁을 방불케 한다.

“마을버스는 목적지로 가기 위한 이동수단이지만 내가 딱 원하는 곳이 아닌 근처 정거장까지만 가고 그 정거장마다 누군가 내리고 누군가 타고…. 인생과 참 비슷한 구석이 많은 배경이다 싶었다. 그런 곳에서 간필옹의 아픈 한순간이 재현되는 게 참 매력적인 설정이라고 생각했다. 버스의 창문들이 장면을 비추는 장치로 유리하기도 했다.”

문영의 팬 사인회에 가는 들뜬 상태의 감정을 벽화 속 그림이 움직이고 벚꽃이 쏟아져 내리는 것처럼 묘사한 장면, 조증과 노출증 환자 기도(곽동연)가 국회의원 아버지의 유세 무대에 뛰어들어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는 모습 등 수많은 명장면이 있었다. 이 중 박 PD가 꼽는 명장면은 아이러니하게도 가장 평범한 순간이다.

“강태와 문영이 평범한 고등학교 학생이고, 상태는 회사원으로 나왔던 강태의 꿈 장면을 가장 좋아한다. 대단한 판타지가 아닌데 제게는 그 어떤 판타지보다 대단하게 느껴졌다. 강렬한 무언가를 하지 않고 아무렇지 않게 툭 보여지는 그 느낌이 오히려 강렬했다.”

국민의 상당수가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현대사회에서 ‘서로의 결핍을 서로의 온기로 채우는 따뜻함’을 보여주고자 했던 ‘사이코지만 괜찮아’. 박 PD는 드라마가 사람들에게 어떻게 기억되기를 바랄까.

“드라마 속 ‘사이코’들이 정상인과 다름보다 같음, 마찬가지임을 보여주는 데 집중했다. ‘사이코지만 괜찮아’에 나왔던 사람들은 ‘괜찮은’ 사람들이었다고 기억해 주셨으면 좋겠다. 우리는 모두 조금씩은 ‘사이코’다. 그래도 괜찮지 않을까?”

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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