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당권주자 인터뷰]〈2〉 김부겸 전 의원
8·29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에 당 대표 후보로 나선 김부겸 전 의원은 13일 “내 정치적 마지막 작품을 만들어보겠다”며 경쟁 후보인 이낙연 의원에 대해 “대선 후보로 직행하시라”고 말했다. 김동주 기자 zoo@donga.com
더불어민주당 김부겸 전 의원은 앉자마자 전날 다녀온 전북 남원 수해 복구 현장 이야기부터 꺼냈다. 이런 그를 보고 캠프 관계자는 “하루 새 얼굴이 너무 탔다”고도 했다. “뭐든지 대충 하는 성격은 못 된다”는 김 전 의원과의 인터뷰는 13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와 인근 사무실에서 진행됐다. 민주당이 미래통합당에 지지율이 뒤처졌다는 결과가 나온 날이다.
―당 지지율이 왜 하락세인가.
“세 가지 이유가 있다. 우선 부동산 문제. 국민은 ‘내 집을 갖고 싶다’, ‘내 집값이 올라 자산을 축적하고 싶다’는 건강한 욕망을 가졌다. 그런데 각종 규제가 생기니 ‘그럼 내 집 마련하지 말라는 말이냐’는 반응이 나오는 거다. 두 번째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젊은 친구들 일자리가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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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끄럽고 죄송하지만…. 젠더(성) 문제에 대해서는 (민주당이) 아직도 구태의연하다는 것까지 합쳐진 것이다.”
○ “정치적 마지막 작품 한번 만들어 보겠다”
경북 상주가 고향인 그는 민주당의 몇 안 되는 영남 대표 주자 중 한 명이다. 그는 이번 전당대회에 출마하며 “당 대표가 되면 2022년 대선에 도전하지 않겠다”고 했다.
―왜 대선 불출마를 선언하면서까지 당 대표를 하려 하나.
“우리 당과 대구 사이에 생각보다 골이 깊더라. 내가 서 있는 정치 기반 자체가 무너지는 중이다. 그런 현실을 복구하려는 노력 없이 대선 나가겠다고 하는 건 무책임하고 한가한 소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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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남을 보면 필요하면 (의원을) 확 갈아 치운다. 정치인을 자신들의 일꾼으로 활용하는 거다. 그런데 영남에는 (통합당과) ‘정당 일체감’이 형성돼 있다. 앞으로는, 영남 지역 젊은 사람들을 위해서라도 필요에 따라 정당을 활용도 하고 이용도 해야 한다는 말이었다.”
―‘김부겸 당 대표는 이낙연 대통령을 만들 수 있다’고도 했는데 정확히 무슨 뜻인가.
“내 정치적 마지막 작품을 한번 만들어 보겠다고 이러는 거다. 그래서 당당하게 이낙연 의원에게도 ‘(당 대표 대신) 대선 후보로 직행하시라’고 요구하는 거고…. 전대가 흥행이 안 된다고 하는데, 이 의원은 당의 대선 후보이고 박주민 의원은 다음 세대를 책임지고 있다. 만약 우리 셋이 싸워서 한쪽이 상처를 입는다면 그건 당의 기반이 무너지는 일이다.”
○ “윤석열이 野 후보 1위, 이게 정상이냐”
김 전 의원은 문재인 정부 초대 행정안전부 장관으로 일하며 검경 수사권 조정의 기초를 놨다. 검찰의 저항에 대해 “정말 애를 먹었다”고 회상했던 그는 검찰이 화두로 오르자 목소리가 높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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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보다는, 윤 총장이 여러 가지 발언이나 처신에 더 조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대통령이 임명한 검찰총장이 야당 대선 후보 (지지율) 1위라는 게 정상적인 상황은 아니지 않나. (윤 총장이) 공직자인데 그만큼 조심해야지.”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윤 총장의 갈등이 계속되고 있는데….
“장관이 주어진 권한 내에서 (검찰을) 정상화하고 있는 과정이라고 본다. 이건 (추 장관과 윤 총장) 개인의 문제가 아니다. 장관이 또박또박 주어진 권한 내에서 (인사권 등을) 행사를 하니까 검찰이 안 따를 수가 없는 것 아닌가.”
―당 대표가 되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는 어떻게 할 생각인가.
“연내 출범을 목표로 할 것이다. 법 개정을 할 수 있다면서 야당을 압박할 수도 있지만, 공수처장 추천은 야당에 비토권을 준 거다. 그런데도 야당이 (추천을) 안 한다고 하면 어떻게 하자는 것이냐.”
인터뷰를 마친 뒤, 그는 곧바로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주최하는 정책토론회에 참석했다. 토론회 단상에 오른 김 전 의원은 웃으면서 “어떤 의원이 ‘이 지사와 손잡으면 이재명-김부겸 연대설도 나오고, 나쁘지 않을 텐데’라고 하더라”고 말했다. 이 지사가 이 의원에 이어 여권 차기 대선 지지율 2위를 달리고 있다는 점을 의식한 발언이다. 일단 김 전 의원은 토론회 뒤 기자들과 만나서는 “내가 당장 급하다고 (이 지사와) 손잡자고 이야기할 수 없다”고 했다.
이은택 nabi@donga.com·한상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