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필름 및 카메라업체 이스트먼 코닥의 주가가 10일 뉴욕 주식시장에서 전 거래일 대비 28% 급락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가 7억6500만 달러(약 9200억 원) 연방자금을 투입해 코닥의 제약사 변신을 지원하겠다고 밝히기 직전 주가가 급등하고 일부 임원이 대규모 스톡옵션을 받았다는 의혹에 정부가 조사에 나선 여파다. 원료의약품의 해외 의존도를 낮추겠다는 트럼프 행정부의 계획에도 차질이 생겼다.
지난달 28일 트럼프 행정부는 미중 갈등 가운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후 의료장비의 국산화 중요성이 높아지면서 “중국산 의료장비 의존도를 줄이겠다”며 코닥의 제약사 변신을 지원할 뜻을 밝혔다. 미국은 현재 원료의약품(API·Active Pharmaceutical Ingredient) 공급의 90%를 해외에 의존하고 있다. 특히 중국과 인도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 중국과 첨예한 갈등을 빚고 있는 트럼프 행정부에 부담이 되고 있다.
이런 트럼프 행정부의 수요에 들어맞던 것이 코닥이었다. 1888년 설립된 코닥은 1970년대 세계 필름 시장에서 약 90%의 점유율을 차지할 정도로 위세를 떨쳤다. 그러나 1990년대 이후 디지털화 흐름에 적응하지 못해 경영난을 겪다가 2012년 파산 보호를 신청했다. 2년 후 파산 보호에선 벗어났지만 필름사업부를 접는 등 사업 규모가 대폭 줄고 2015년부터 일부 원료의약품을 만들어 왔다.
이에 7일 미 증권거래위원회(SEC)는 코닥 주가 변동에 대한 조사에 착수하겠다고 밝히고 트럼프 행정부 또한 의혹이 해소되기 전까지 지원을 보류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에 투자자들이 10일 대거 매도에 나서며 코닥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27.9% 하락한 10.73달러로 마감했다.
김예윤기자 yea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