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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재선되면 北과 신속 협상”

입력 | 2020-08-10 03:00:00

비핵화 협상 ‘집권 2기’로 미뤄… 10월 정상회담 사실상 불가능
日언론 “美, 北과 연락사무소 모색”… 당국 “北-美 답보상태, 신빙성 낮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7일(현지 시간) 재선된다면 북한과의 협상에 신속히 나서겠다고 밝혔다. 재선 시 2기 행정부에서 북한과의 비핵화 협상에 다시 나서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지만, 협상 시기를 대선 이후로 미루면서 일각에서 거론되던 ‘10월 서프라이즈’는 사실상 물 건너갔다는 평가가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뉴저지주 베드민스터의 개인 골프리조트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러시아와 중국의 미 대선 개입 가능성에 대한 질문에 답하던 중 “우리가 (대선에서) 이기면 이란과 매우 빨리 협상하고, 북한과 매우 신속하게 협상할 것”이라며 북한을 거론했다. 그는 “2016년 대선에서 내가 이기지 않았다면 지금 미국은 어쩌면 지금쯤에야 끝날 북한과의 심한 전쟁을 치르고 있을 것”이라는 기존 주장을 다시 꺼냈다. “우리는 사실 북한과 좋은 관계를 맺고 있으며 이는 전임 정부에서는 절대 못한 일”이라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5일 폭스뉴스 인터뷰에서도 “대선이 아니었다면 북한과 이란, 중국 같은 나라들이 협상장에 나왔을 것”이라며 자신의 재선 여부가 협상의 주요 변수가 되고 있다는 점을 시인했다. 이런 대화 지속 메시지를 계속 발신함으로써 대선 전 북한 같은 적성국가들의 도발을 막고 상황을 관리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줄곧 북-미 비핵화 협상 및 두 차례의 정상회담을 주요 외교안보 치적으로 과시해왔다. 이에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일부 미 외교안보 전문가들은 “대통령이 11월 대선의 깜짝 카드로 쓰기 위해 대선 직전인 10월경 북한과 협상을 시도하는 ‘10월 서프라이즈’를 계획할 수 있다”고 전망해왔다. 하지만 당장 이달 24일부터 집권 공화당 전당대회가 열리고, 9월부터 세 차례 양당 후보들의 TV토론이 개최되는 데다 미국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쉬 가라앉지 않고 있어 사실상 3차 북-미 정상회담은 불가능하다는 관측이 확산되고 있다.

다만 북-미 협상 교착 속에서도 북한을 대화 테이블로 끌어내기 위한 미국의 시도는 이어지고 있다. 일본 교도통신은 9일 “미국 정부가 북한과 연락사무소 설치를 모색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 정부 관계자는 평양에, 북한 관계자는 워싱턴에 각각 상주하며 국교가 없는 양측을 연결하는, 사실상의 대사관 역할을 수행하는 방안을 상정하고 있다는 것이다. 교도통신은 “미국은 (북-미) 당국자 간 접촉을 늘려 정상회담으로 연결하고, 북한의 비핵화 상황도 검증하려는 의도”라고 분석했다.

한국 정부는 신중한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외교 당국자는 “미국이 (대화 재개) 의지를 갖고 북한에 연락사무소 설치 제안을 했다고 보기엔 신빙성이 떨어지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난달 초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부장관 방한과 북한 김여정 담화 발표가 있었지만 북-미 답보상태는 지속 중”이라고 기류를 전했다.
워싱턴=이정은 lightee@donga.com / 도쿄=박형준 특파원 / 한기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