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4 부동산 공급 대책] 공급 확대 방안 실효성 의문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가운데)과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왼쪽), 서정협 서울시장 권한대행이 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서울권역 등 수도권 주택 공급 확대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 포기하지 못한 ‘공공 참여’ 카드
이날 정부가 ‘공공 참여형 고밀 재건축’(공공 재건축)을 통해 늘어날 것이라고 예상한 물량은 총 5만 채로 전체 13만2000채 중 3분의 1이 넘는다.
이는 현재 서울에서 정비구역으로 지정됐지만 사업시행 인가를 받지 못한 초기 정비사업장 93곳, 약 26만 채 중 20%가량인 5만2000채가 공공 재건축에 참여한다고 가정하고 계산된 물량이다. 이 물량에 대한 용적률이 250%에서 500%로 두 배가량으로 오르면 약 5만 채가 더 늘어난다는 계산이다. 결국 단순 추산일 뿐 실질적으로 참여 의사를 밝힌 조합이나 정비구역은 아직까지 없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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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나오는데도 공공 참여 방식을 고집하는 이유는 재건축·재개발 규제 완화가 자칫 부동산 가격을 들쑤실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2일 저녁 더불어민주당과 정부, 청와대가 서울 종로구 삼청동 총리공관에서 주택 공급 확대 방안을 막바지 조율하기 위해 가진 비공개 고위 당정청협의회에서도 재건축 규제 완화가 인근 집값을 자극할 것을 우려해 찬반양론이 이어졌던 것으로 전해졌다.
○ 신규 택지 곳곳 반발…추진 난항 예상
상암 DMC 미매각 부지, 용산역 정비창 등 서울의 핵심 업무 지역에 주택 물량을 채워 넣기로 한 것에 대해서도 비판이 나온다. 조주현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상암이나 용산은 도시 중심지의 기능을 하도록 업무 주거 상업 등 다양한 공간의 균형을 맞춰야 하는데 정부가 주택 수를 한 채, 두 채 늘리는 데만 급급했던 것으로 보인다”며 “도시계획 측면에서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사전 청약을 6만 채 규모로 확대한 것도 후분양을 강조해 온 기존 정부 방침과 배치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당장의 주택 구입 수요를 잠재우는 효과는 있지만 사업이 지연되면 결국 청약에 당첨됐던 사람들이 다시 청약을 포기하는 등 혼란을 겪을 수밖에 없다. 추후 공급될 물량을 미리 당겨쓰는 것일 뿐 실질적인 공급 확대는 아니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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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급 시기 안 맞아 불안 해소 힘들 듯
결국 이날 정부가 추가 공급하겠다고 한 13만 채 중 상당수는 실제 공급까지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최종 공급 규모도 대폭 축소될 수 있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서울 민간 아파트 입주 물량은 올해 4만7000여 채에서 내년 2만5000여 채로 급감한다. 당장 내년부터 수급 불안정이 우려되지만 1, 2년 내에 공급을 대폭 늘릴 방안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윤지해 부동산114 연구원은 “이번 정부가 내놓은 물량 중 사전청약으로 풀리는 물량 외에는 대부분 2023년 이후 공급될 것으로 전망된다”며 “장기적으로는 시장 안정에 기여할 수 있지만 주택 수급의 시차가 발생해 과열된 시장을 잠재우는 효과는 제한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의 공급 확대 대책으로 저렴한 가격의 주택 분양을 기대하는 대기수요가 확대될 경우 임대차 시장이 불안정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3기 신도시, 분양가상한제 시행을 통한 저렴한 분양가의 민간 분양 등을 기대하는 대기수요에 이번 대책을 통한 주택 공급을 기다리는 수요가 더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함영진 직방 데이터랩장은 “공공 및 임대주택 청약 자격은 무주택 가구주에게만 주어지기 때문에 이들은 앞으로도 계속 전월세 시장에 머무르려 할 것”이라며 “특별공급 대상자나 청약 가점이 높은 수요자가 저렴한 주택 공급을 기대하며 대기할 경우 전월세 가격을 자극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새샘 iamsam@donga.com·조윤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