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1시간동안 102mm… 물폭탄 맞은 대전-충청 2명 숨져
하수 역류하고… 전북 지역에 호우 경보가 내려진 30일 전북 전주시 어은터널 인근 한 하수구에서 빗물이 역류해 솟구치고 있다. 전주=뉴시스
30일 대전과 충청·전북 지역에는 시간당 최고 100mm 이상의 비가 쏟아졌다. 말 그대로 ‘물 폭탄’이었다. 아파트 단지가 통째로 물에 잠겨 주민들은 옴짝달싹 못 했다. 선로에는 토사가 밀려와 열차 운행이 지연됐고, 농경지와 주택 침수도 잇따랐다.
○ 아파트 잠기고 KTX 운행 지연
기상청에 따르면 전날부터 대전 중구 문화동 일대에만 천둥과 번개를 동반한 200mm 가까운 비가 퍼부었다. 오전 4시 20분부터는 1시간 만에 102.5mm의 비가 집중적으로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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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사 밀려들고… 대전 지역에 호우 경보가 내려진 30일 대전 부사동의 한 주택가에 토사가 밀려들어 와 복구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대전=뉴스1
대전 중구 부사동 한밭종합체육관 1층 차량등록사업소도 물에 잠겼다. 이 때문에 전산 시스템에 오류가 발생하면서 오전 내내 업무가 마비됐다. 대전 동구 베스티안 우송병원 응급실도 침수됐다. 갑천과 만년교, 원촌교 등은 수위가 급격히 올라갔고 하수까지 역류하면서 한때 홍수경보가 내려지기도 했다. 오후 5시경 동구 판암동 물에 잠긴 소정지하차도를 지나가던 70대 남성이 물에 빠져 숨졌다.
대전시는 시민들에게 모두 10여 차례의 재난안전 문자메시지를 보내 긴급사태에 대비하도록 당부했다. 오후 5시경에는 대전 동구 이사동에서 도로가 붕괴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대전시내 곳곳에서 도로·하천·주택·공장 등이 물에 잠기면서 449건의 피해가 접수됐다.
경부선 대전∼옥천역 간 철로는 오전 토사 유입으로 열차 운행이 중단되면서 1개 선로로만 상·하행 열차를 운행했다. 이 때문에 고속철도(KTX) 등 모든 열차 운행이 한때 최대 1시간까지 지연되다 오후 2시 반경 정상화됐다. 호남선 대전 가수원∼계룡역 노선도 토사가 흘러 들어오면서 열차 운행이 지연됐다가 오전 10시 반경 복구 작업이 마무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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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낚시객 고립, 농경지 침수 등 피해 속출
충북 진천군에서도 151.0mm의 폭우가 내리면서 피해가 잇따랐다. 오전 2시 반경 진천군 초평면 용정리에서 낚시를 하러 왔던 3명이 갑자기 불어난 물에 고립됐다가 구조됐다. 오전 4시 15분경 충북 증평군 증평읍에서 굴다리를 지나던 차량이 침수돼 운전자 1명이 119구조대의 도움으로 간신히 빠져나왔다.
충북 옥천군 군북면 자모소류지가 한때 범람 위기에 놓여 인근 주민 500여 명에게 대피령이 내려지기도 했다. 충북 청주시 소로초등학교 병설유치원은 건물 2개 층에 빗물이 새면서 수업을 하지 못했다. 학생수련원 진천 본원의 글램핑텐트 19개 동이 물에 잠겼고, 제천 분원은 옹벽 토사 80m²가 유실됐다. 충청권에 내려진 호우특보는 오후 5시가 돼서야 모두 해제됐다.
충남 천안과 공주시 등에서도 주택과 상가 9채가 침수됐고, 갑자기 불어난 물에 차량 3대가 잠겨 운전자 3명이 구조되기도 했다.
전남 영광 지역에는 사흘 동안 186.5mm의 비가 내렸다. 주택 14동, 건물 4동이 침수됐고, 논 363ha가 물에 잠겼다. 영광군 군서면에서는 축사가 무너져 병아리 3만 마리가 폐사했으며 소하천 제방 7곳이 유실되기도 했다.
대전=이기진 doyoce@donga.com / 청주=장기우 / 전주=박영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