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안 내니 미군 뺀다”는 노골적 연계
트럼프 대통령은 29일(현지 시간)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주독미군이 감축되면 어떻게 러시아를 억제할 수 있느냐’는 질문을 받고 대뜸 “독일은 채무 불이행(delinquent) 상태로 돈을 내지 않고 있다”고 답했다. 마크 에스퍼 국방장관이 펜타곤에서 브리핑을 갖고 주독미군 3만6000명 중 기존에 알려진 감축규모(9500명)보다 많은 1만1900명을 감축하겠다고 공식 발표한 직후였다.트럼프 대통령은 “독일은 몇 년 동안 돈을 안 내고 있고 낼 생각도 없다”며 “우리가 왜 그 모든 군대를 그 곳에 주둔시켜야 하는가?”고 반문했다. 미국이 수년 동안 독일과의 무역과 국방 등 분야에서 손해를 보고 있다고 언급하며 “그래서 우리가 병력을 줄이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독일에서 미군 일부를 빼는 이유가 돈 문제임을 노골적으로 밝힌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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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대통령은 그러면서 “그들이 청구서대로 돈을 지불하기 시작하면 내가 다시 생각해볼 수도 있다”고 했다. 유럽의 주요 동맹국이자 유럽지역의 핵심 거점 기지인 독일에서 3분의 1이나 미군을 감축하는 결정을 내려놓고 ‘돈을 내면 결정을 번복할 수 있다’는 의사를 내비치며 방위비 분담금 증액을 압박한 것. “내가 (독일과의 돈 문제를) 바로잡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는 이것으로도 모자랐는지 이날 저녁 트위터에서 같은 이야기를 반복하면서 “독일은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에 내야 할 (GDP) 2%의 채무를 불이행하고 있기 때문에 우리가 독일에서 군대를 옮기고 있다”고 부연했다.
에스퍼 장관도 같은 날 오전 브리핑에서 독일의 방위비 지불과 감축의 연관성에 대한 질문을 받고 “트럼프 대통령의 리더십 하에서 우리는 나토의 방위비 증액을 지켜봐왔다”며 “독일은 유럽에서 가장 부유한 나라로서 국방비를 더 낼 수 있고 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모두발언에서는 이번 감축 결정이 해외주둔 미군의 전략적 유연성 측면에서 이뤄진 것이라며 “이는 나토의 러시아 억지를 강화하고 동맹과 나토를 강하게 만들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유럽사령부에 대한 검토 작업은 이미 지난해 내가 지시한 것”이라며 “대통령의 6월 초 감축 결정으로 이 작업에 속도가 붙은 것”이라는 설명을 내놨다.
●다음 차례는 주한미군?
의회는 초당적으로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공화당의 밋 롬니 상원의원은 “엄청난 실수다. 친구이자 동맹을 더 가까이 끌어들이지는 못할망정 이들의 뺨을 때리는 것”이라며 “이는 러시아에 주는 선물”이라고 했다. 민주당 밥 메넨데스 상원의원은 “오늘 밤 (러시아) 크레믈린궁에서 샴페인이 터지고 있을 것”이라며 “해외의 적으로부터 미국을 지키겠다고 한 대통령의 선서를 더 이상 포기하지 못하도록 공화당이 나서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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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축 병력의 인도태평양 배치 계획은 없다”
미국이 독일에서 줄이는 1만1900명 중 5600명은 벨기에, 이탈리아, 폴란드 등 나토 회원국 내에 재배치되고 6400명은 미국으로 복귀할 계획이다. 영국 마인드홀 기지에서 공군 급유 및 특별작전을 수행해온 2500명은 독일로 배치하려던 계획을 접고 영국에 그대로 주둔하게 된다.에스퍼 장관은 브리핑에서 감축 비용에 대해 “수십 억 달러가 들 것”이라며 “조율의 관점에서 해야 할 많은 일이 있다”고 설명했다. 본국으로 돌아오는 병력을 어디에 배치할 것인지에 대해서도 “준비태세를 유지하면서도 이들과 가족들이 거주할 주택과 자녀 양육, 의료 서비스 등이 제공되어야 한다. 의회와 상의해야 할 문제”라며 구체적으로 답변을 내놓지 못했다. 구체적으로 언제 병력을 이동시킬 것인지에 대해서는 “수 주 안에 이뤄질 것”이라면서도 “외교가 요구되는 일로, 국무부와 접촉하고 있다”고 말했다.
독일에서 빼내는 미군을 향후 중국 견제 목적으로 인도태평양 지역으로 배치할 가능성에 대해서는 “우리의 전략적 유연성을 강화하는 차원에서 가능할 수도 있을 것”이라면서도 “현재로서는 그럴 계획이 없다”고 답변했다.
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