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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中 스파이 활동 용인범위 넘어”… 양국 충돌 뇌관 떠올라

입력 | 2020-07-27 03:00:00

[美-中 갈등]WP "싱가포르인 간첩혐의 시인”
FBI는 영사관 은신 연구원 체포… 中 “美, 잘못된 행위 바로잡길 기대”
버티던 中, 휴스턴 총영사관서 철수… 美도 청두 총영사관서 철수 준비




미국과 중국이 서로 영사관을 폐쇄하는 외교적 ‘교전’에 돌입한 가운데 불거진 중국의 스파이 활동이 양국 간 충돌의 뇌관으로 떠올랐다. 미국을 포함한 선진국들도 은밀하게 첩보전을 진행하고는 있지만 중국의 최근 스파이 활동은 용인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섰다는 게 미국의 판단이다. 그러나 중국은 “잘못된 결정”이라며 미국의 영사관 폐쇄 조치 등을 맹비난했다.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중국의 스파이 활동을 해온 혐의로 지난해 체포돼 기소된 싱가포르인 딕슨 준 웨이 여(39)는 24일(현지 시간) 연방법원 재판에서 유죄를 시인했다. 미 언론들은 중국이 제3국 국적자까지 스파이로 포섭한 사례라고 지적했다. 마이클 셔윈 워싱턴DC 연방검사장 대행은 “중국이 우리 뒷마당에서 어떤 네트워크를 이용해 어떤 식으로 활동하는지를 알 수 있다”고 말했다.

법무부는 그가 2015∼2019년 중국 정부의 불법 요원으로 활동하면서 국무부 국방부 내 기밀 정보에 접근 권한이 있는 미국 정부 당국자들에게 접근해 정치 컨설팅을 핑계로 중요한 정보들을 수집해 왔다고 밝혔다. 한 예로 그는 국무부 직원에게 1000∼2000달러를 주고 미국 내각 구성원들에 대해 보고서를 쓰게 했다고 자백했다. 미 국방부 당국자에게는 2000달러를 주고 미군의 아프가니스탄 철군이 중국에 미칠 영향에 대한 보고서를 쓰도록 했다.

중국 인민해방군 소속이라는 신분을 속이고 미국에서 연구 활동을 하던 사실이 탄로난 뒤 샌프란시스코 주재 중국 영사관에 은신해 있던 탕쥐안은 23일 체포돼 27일 법정에 출석할 예정이다. 법무부는 구체적인 체포 정황은 밝히지 않았다. 미 연방수사국(FBI)은 자택수색 과정에서 군복을 입은 그의 사진, 중국 공산당원으로 표기한 정부 수당 신청서 등의 자료를 찾아냈다. 법무부 관계자는 “이번 체포는 25개 이상의 도시에서 활동하는 (스파이) 인사들의 광범위한 네트워크를 보여주는 축소판”이라고 말했다.

미국은 FBI를 중심으로 미국 내 중국 과학자 및 연구원들에 대해 집중적인 단속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 법무부 고위 당국자는 “휴스턴 총영사관의 활동은 우리가 수용하고자 하는 선을 훨씬 넘었다”고 조치 배경을 설명했다.

미국의 폐쇄 요구에 응하지 않겠다며 버티던 휴스턴 주재 중국 총영사관은 24일 마감 시한이 되자 결국 철수했다. 휴스턴 지역 신문들은 “중국 총영사관은 미국이 요구한 퇴거 시한에 맞춰 직원들을 철수시키고 영사관을 폐쇄했다”고 보도했다. 퇴거 시한인 이날 오후 4시에 앞서 중국 총영사관에서는 직원들이 탑승한 흰색 차량 3대가 빠져나왔다. 이후 오후 4시 40분쯤 미 국무부 소속 관리들이 영사관 접수에 나섰다. 이들은 정문 출입문을 여는 데 실패한 뒤 망치를 동원해 뒷문을 강제로 열고 진입했다.

중국 청두(成都)에서도 25일 미국 총영사관이 철수 준비를 시작했다. 중국이 맞불로 폐쇄를 통보한 지 하루 만이다. AFP통신은 이날 청두 미 영사관에서 한 작업자가 크레인에 올라 미국 휘장을 제거했다고 보도했다. 미국은 특별한 항의나 반발 없이 철수 작업을 진행했다.

미국 주재 중국대사관은 26일 “중국은 미국의 행위에 대해 강한 유감을 표한다”며 “미국이 조속히 잘못된 행위를 바로잡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워싱턴=이정은 lightee@donga.com / 베이징=김기용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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