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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충 나오면 어쩌나” 불안한 수도꼭지…물습관 바꾼다

입력 | 2020-07-25 11:11:00

마스크 이은 '필터 대란' 생길라…수십만원 사재기
한시간 동안 물 받아보기도…수도마다 필터 설치
22일 기준 전국 유충 281건 발견…신고는 1314건




전국적으로 수돗물 유충 발견건수가 300건에 가까워지면서 물을 이용하는 시민들의 행태도 바뀌는 분위기다.

꿈틀대는 유충 모습에 기겁한 시민들은 수도에 여과장치를 설치하고, 물을 끓여먹는 대신 생수를 사먹기도 한다. ‘마스크 대란’에 이은 ‘필터 대란’을 우려하며 사재기하는 모습까지 포착됐다.

25일 환경부에 따르면 지난 22일 기준 전국적으로 수돗물 유충이 281건(인천 232건·그 외 49건) 발견됐다. 의심 민원 건수는 1314건(인천 927건·그 외 387건)이다.

유충은 지난 9일 인천 서구에서 처음으로 발견된 후 약 2주만에 서울을 포함한 전국 곳곳에서 나타나는 상황이다.

이로 인한 시민들의 변화 중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샤워 필터’ 구매다. 샤워기 필터 안에서 꾸물대는 유충 영상이 공개됐던 만큼 적어도 필터를 장착하면 유충이 뿜어져 나올 나오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는 공감대가 형성됐기 때문으로 보인다.

인천의 한 맘카페 이용자는 “유충이 나왔다는 이야기를 듣고 당장 샤워기와 세면대, 부엌 수도에 필터를 달았다”며 “붉은 수돗물에 이어 무슨 소동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인천 부평에 사는 김모(30)씨는 “수도 입구에 헝겊을 대고 한 시간 동안 물을 켜놔봤었는데 다행히 유충이 나오진 않아 일단은 지켜보고 있다”며 “주변에서는 모든 수도마다 필터를 달았다는 사람도 있다”고 했다.

‘마스크 대란’을 잇는 ‘필터 대란’ 낌새도 포착된다. 한 네티즌은 “20만원 정도를 들여 필터 10통과 샤워 헤드 본체 등을 한번에 구입했다”며 “상하는 것도 아니고 나중에 가격이 올라갈 걱정 하느니 한번에 사뒀다”고 언급했다.
한 이용자는 “붉은 수돗물 때 30만원 넘게 구입해둔 필터를 일단 사용 중”이라며 “떨어지면 다시 대량구매할지를 고민해봐야겠다”고 말했다.

음용수와 관련된 식생활도 변하는 모습이다. 수돗물을 끓여먹거나 여과해 먹던 시민들도 생수를 구입하거나 정수기 설치를 고민하고 있다.

서울에 사는 직장인 최모(20)씨는 “원래 물통처럼 생긴 여과기를 이용해 물을 마셨는데, 유충도 걱정이고 유충이 나온 마당에 다른 오염물질이 있는 건 아닐지 걱정”이라며 “급히 생수를 구입해 먹고 있다”고 밝혔다.

그 밖에도 물과 관련된 작은 생활 습관 하나하나를 점검하는 상황으로 보인다. 네티즌들 사이에선 유충이 잘 보일 수 있도록 양치컵을 흰색으로 바꿨다는 등의 언급이 오가고 있다.

한편 정부는 전국 정수장 484개에 대한 긴급점검을 벌이고 있다. 유충 발생 원인을 조사한 후 재발방지 대책을 국민에 공개할 방침이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