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일 부산 남구 부경대 대연캠퍼스에서 4학년 학생들이 졸업앨범 사진을 촬영하면서 ‘덕분에 챌린지’ 포즈를 취하고 있다. 부산=박경모 기자 momo@donga.com
김재명 기자
하지만 올해는 예전처럼 얼굴표정을 볼 수가 없다. 코로나19로 피서지에서도 마스크 착용이 필수가 됐기 때문이다. 대학생들의 얼굴이 사라져 버린 게 사진기자들에겐 제일 큰 손해다. 기자들에게 대학교 교정은 주요 취재장소다. 신입생 입학식을 시작으로 동아리 회원모집, 학교 축제, 비가 오거나 꽃이 피거나 단풍이 들 때도 찾는 곳이다. 캠퍼스의 낭만과 젊음이 주는 열정을 보여줄 수 있어서다. 대학수학능력시험에 눌렸던 젊음을 처음 발산하는 신입생 오리엔테이션 사진도 사라졌고, 학사모를 하늘로 던지며 새로운 세상을 향해 나가는 졸업생들의 멋진 사진도 더 이상 찍을 수 없다.
시민들과 노동자들의 기쁘거나 화난 모습도 카메라에 담기 어려워졌다. 인천국제공항 정규직 전환이나 사모펀드 피해 사태와 같은 이슈가 있으면 지금까지는 당사자들이 기자회견이나 집회를 통해 의사를 표현했다. 하지만 대규모 모임이 금지되고, 집회도 마스크를 쓰고 해야 돼 효과가 반감된다. 주먹을 쥐고 힘차게 외치는 구호와 표정에서 나타나던 절실함이 온전히 전달될 수 없는 것이다.
광고 로드중
상대방 얼굴을 보지 못해 답답한 것은 사진기자뿐만은 아니었다. 지난해 유치원을 졸업하고 올해 초등학생이 된다고 설레던 어린이들도 마찬가지였다. 입학 전 호기심 어린 눈으로 교실을 둘러보는 예비소집뿐만 아니라 제대로 된 입학식도 할 수 없었다. 연기에 연기를 거듭한 뒤 5월 말이 돼서야 어린이들은 처음으로 학교에 갔다. 아직도 한 달에 열흘 정도만 등교한다. 친구들을 만나서 반갑지만 마스크를 쓰고 거리를 둔 채 앉아 있다보니 상대방의 표정을 보며 감정을 나누지도 못하고 있다.
언론은 주로 사람이야기를 소재로 한다. 사진기자 또한 사람을 피사체로 할 때 기쁨, 슬픔, 행복, 분노 등의 감정을 잘 전할 수 있다. 사진 한 장으로 그 사람의 인생을 설명할 수도 있다. 그것이 사진이 주는 힘이다. 코로나19 확진자 치료를 위해 몇 시간 동안 입고 있던 방호복엔 의료진의 희생과 헌신이 있었다. 땀으로 범벅 된 얼굴과 깊게 팬 자국은 마스크를 벗고 나서야 세상에 드러났다. 힘들었지만 활짝 웃는 의료진의 얼굴은 뇌리에서 쉽게 잊혀지지 않는다. 사람들의 희로애락을 카메라에 담기 위해 사진기자들 역시 코로나 사태가 하루빨리 끝나기를 누구보다 바란다.
코로나19로 비대면 사회가 뉴노멀로 변하고 있다. 무인기술의 발달과 재택근무, 원격수업, 드론 배송 같은 언택트 시대로 사람 만나는 일은 점점 줄어들고, 기기에 익숙해져 간다. 코로나 사태로 생긴 생활의 변화가 미래시대를 앞당겼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하지만 마스크를 쓴 시민들이 마치 SF 영화의 무표정한 로봇처럼 느껴지는 것은 나만의 생각일까? 사람의 얼굴은 80여 개의 근육으로 7000∼8000가지의 표정을 만들어낸다고 한다. 로봇이 제 아무리 발달해 표정들을 만든다고 하더라도 사람들의 표정을 따라갈 수는 없다. 사진기자는 벌써부터 노멀 시대가 그립다.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