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佛지방선거 여당 참패… 마크롱 재선도 빨간불

입력 | 2020-06-30 03:00:00

이달고 파리시장 압도적 연임… 차기 대권주자로 주목 받아
연금개혁-파업 대응 밀리며 마크롱 지지율 40%까지 추락
현지언론 “反정부 기류 확대”




28일 프랑스 파리에서 안 이달고 파리 시장이 이날 치러진 지방선거 결선투표 결과 재선이 확정되자 지지자들을 향해 손으로 키스를 보내고 있다. 파리=AP 뉴시스

28일(현지 시간) 열린 프랑스 지방선거에서 집권 여당인 레퓌블리크 앙마르슈(LREM·전진하는 공화국)가 참패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43)의 집권 하반기 국정 운영은 물론이고 2022년 대선의 재선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반면 안 이달고 현 파리 시장(60)은 재선에 성공하면서 차기 대권 주자로 떠올랐다.

일간 르피가로 등에 따르면 개표 결과 파리 시장은 중도좌파 사회당(PS) 소속 이달고 시장이 47.9%의 득표로 LREM 아녜스 뷔쟁 전 보건장관(14.5%)을 누르고 승리했다. 이달고 시장은 이번 선거에서는 녹색당 등과 함께 선거동맹 ‘파리 앙 코묑’을 구성해서 출마했다.

리옹에서는 녹색당 그레고리 두세 후보가 52.0%로, LREM의 얀 퀴셰라 후보(30.5%)를 제치고 당선됐다. 마르세유에서도 사회당·녹색당 연합 후보인 미셸 뤼비롤라(38.6%)가 당선돼 프랑스 3대 도시가 모두 녹색 물결이 휩쓸었다고 르몽드는 전했다. 동부 스트라스부르, 남서부 보르도, 중부 푸아티에, 남부 그르노블 등에서도 모두 녹색당 후보가 집권 여당 후보를 제치고 당선됐다.

남서부 해안도시 페르피냥에서는 마린 르펜이 이끄는 국민연합(RN) 후보 루이 알리오가 당선돼 극우 정당 사상 최초로 인구 10만 명 이상 자치단체의 수장을 배출했다. 에두아르 필리프 총리는 노르망디 지방 르아브르 시장에 당선돼 우파 진영의 차기 대선 주자 입지를 다졌다.

이번 선거는 2017년 임기를 시작한 마크롱 대통령의 중간평가 성격이 강했다. 녹색당을 중심으로 한 중도좌파가 약진한 것은 마크롱 대통령에게 실망한 프랑스 국민들의 정서가 그대로 반영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지지부진한 연금개혁과 장기파업,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 미흡, 경제 위기가 겹치면서 마크롱 대통령의 지지율은 지난달 40% 초반까지 추락했다. 일간 르파리지앵은 “이번 선거 투표율은 역대 최저 수준인 40%에 그쳤고 정부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선거를 좌우했다”고 전했다. 중도 정당인 민주독립연합(UDI) 장크리스토프 라가르드 대표도 “마크롱에 맞서 좌파진영이 녹색당을 중심으로 뭉칠 것”이라고 말했다.

늘어나는 이상고온 피해와 ‘2050년 탄소 제로 유럽’을 내세운 유럽연합(EU)의 정책 기조로 친환경을 앞세운 녹색당이 유럽 각국에서 약진할 수밖에 없는 정치 풍토가 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지난해 10월 오스트리아 총선에서는 녹색당이 처음으로 원내에 진입했다. 올해 2월 독일 함부르크주 선거 역시 녹색당이 집권 여당인 기민당을 누르고 2위를 차지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다음 달 개각으로 국정 쇄신을 노릴 것으로 보인다. 이번 선거 결과를 반영해 필리프 총리 대신 좌파 성향의 인물을 새 총리로 내세울 가능성이 크다고 르피가로는 전했다.

이번 선거로 이달고 시장은 확실한 대권 주자로 떠올랐다. 임기 6년의 파리 시장은 대권으로 가는 징검다리이기 때문이다. 18년간 파리 시장을 지낸 자크 시라크도 1995년 대통령에 당선됐다. 2014년 여성으로는 처음으로 파리 시장이 된 이달고는 스페인 부모 사이에서 태어나 2세 때 프랑스 리옹으로 이주 후 14세에 프랑스 국적을 취득한 이민자 출신이다. 이번 선거에선 공원과 자전거 도로 확대, 자동차 도로 축소, 저소득층 주거환경 투자 등 친환경·친서민 공약을 내세웠다.

파리=김윤종 특파원 zoz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