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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정조치” 기름 부은 추미애…‘한명숙 사건’ 윤석열과 재충돌

입력 | 2020-06-18 15:17:00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1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들과 질의응답을 하고 있다. 2020.6.18/뉴스1 © News1


한명숙 전 국무총리의 뇌물 수수 사건에 대한 재조사 과정을 둘러싸고 검찰 내부의 내홍이 검찰과 법무부 사이의 갈등으로 심화되고 있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관련 진정 사건을 서울중앙지검 인권감독관실로 배당한 것을 두고 대검 감찰부장이 반발한 데 이어 추미애 법무부 장관까지 나서 윤 총장의 조치가 “바람직하지 않다”며 “시정하겠다”고 밝히면서다.

대검찰청은 줄곧 법과 원칙에 따라 사건을 배당해 처리했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내세웠다. 그런데 추 장관이 ‘시정 조치’라는 강경한 뜻을 내비치면서, 한 전 총리 사건을 둘러싼 검찰과 법무부의 갈등이 점점 격화되는 모양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18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여권을 중심으로 재조사 요구가 일고 있는 한 전 총리의 뇌물 수수 사건 관련 진정이 대검을 거쳐 서울중앙지검 인권감독관실로 이첩된 데 대해 “바람직하지 않다”며 “시정하는 조치를 밟겠다”고 밝혔다.

또 추 장관은 “일단은 인권감독관의 조사 결과를 감찰부에 보고하도록 돼 있기 때문에 감찰부의 손을 완전히 떠난 건 아니다”며 “조사가 원활히 되지 않으면 적당한 시간을 기다렸다가 감찰부로 하여금 조사를 시킬 것”이라고도 말했다.

이에 대해 법무부 관계자는 “현재 (시정 조치를) 검토 중”이라며 “아직 확정된 것은 아니다. 확정되면 공개하셨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대검 관계자는 “지난 2018년 7월 대검찰청에 인권부가 설치된 이래 대검 인권부는 검찰공무원의 수사 관련 인권침해 진정 사건 300여건을 처리했거나 처리하고 있다”고 밝혔다. 인권감독관실 배당에 문제가 없다는 취지다.

대검 내부에서는 법무부 장관이 총장의 사건 배당을 “시정 조치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에 대해 “배당은 총장 지휘감독권의 기본이자 핵심이다. 침해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도 나왔다.

한 전 총리의 과거 수사 과정에서 여러 의혹이 불거지자 검찰은 자체 조사에 착수한 상태다.

대검은 고(故) 한만호 한신건영 대표의 동료 수감자였던 최모씨가 ‘검찰 수사 과정에 부조리가 있었다’며 제기한 진정사건을 서울중앙지검 인권감독관실에 배당했다. 그런데 한동수 대검 감찰부장이 이에 반발하면서 내부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대검은 징계시효가 완성돼 감찰부서의 소관이 아니라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윤 총장 지시에 따라 이용일 서울중앙지검 인권감독관과 대검 인권수사자문관 등 검사 3명으로 전담 조사팀도 꾸려졌다.

문제는 법무부에서 진정사건이 대검 감찰부로 접수된 후 감찰부의 보고가 한 달 넘게 늦어진데서 불거졌다.

한 부장은 4월17일 대검 감찰부로 접수된 진정서를 한 달여가 지난 5월28일에서야 총장에 보고를 했다. 한 부장의 보고를 받은 윤 총장은 사건 조사가 늦어진데다 한 부장이 원본을 제출하지 않자 우선 ‘참고자료’ 형식으로 ‘사본’을 인권감독실에 내려보내는 ‘차선책’을 취했다고 한다.

검찰청법에 따르면 통상 진정 사건이 접수되면 중요 사건은 총장에 보고를 해야한다. 어디서 사건을 맡을지 결정하는 것은 총장의 권한이다. 감찰 단계에 가기 전 진정사건에 대해 사실관계 파악을 한 조직이 총장에 보고하면 다시 총장은 감찰 개시 및 어디서 감찰을 맡을지 등을 결정할 수 있다.

때문에 검찰 내부에서는 한 부장이 보고 및 총장 지시에 따른 배당 과정을 누락하고 자체 조사 후 총장에 통보하는 식으로 보고한 일련의 행보가 ‘지시 불이행’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대검 감찰부는 입장문을 내고 “민원 사건을 접수한 후 처리 방안을 검토하면서 관련 판결문 등 기초 자료 수집만 했고 감찰 조사를 진행한 사실이 없다”고 밝혔다.

또한 “‘이미 조사가 한 달 진행된 사건을 넘길 수 없다’며 반발한 것이 아니라 사안의 중대성과 신속하고 엄정한 조사 필요성 등에 비춰 대검 감찰부에서 민원인 조사 등 향후 조사를 진행하겠다는 의견을 개진했던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한 부장은 지난 13일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윤 총장의 결정에 대해 우회적으로 이견을 드러낸 바 있다. 그는“한 전 총리 사건이 이목을 끄는 사건이 된 바, 정치쟁점화해 진상규명이 지연, 표류하게 하지 않으려면 관계부서 입장에선 사건의 과정(방법)과 결과(처리방향)를 명확히 구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검 감찰부는 한 전 총리 사건을 두고 허정수 감찰3과장과 갈등을 빚었다는 보도에 대해선 “감찰부장과 감찰3과장이 여러 의견을 교환하면서 처리 방안을 결정했기 때문에 잘못된 표현”이라며 “감찰3과장에게 ‘지시를 따르지 않으면 징계 또는 감찰하겠다’고 말하며 압박한 사실도 없다”고 해명했다.

사건이 정치적으로 쟁점화되면서 한 전 총리 사건에 대한 서울중앙지검의 자체 조사는 한계에 부딪혔다.

한 대표의 진술 번복을 탄핵하기 위해 검찰이 동료 수감자들을 동원했다고 제보한 한모씨는 서울중앙지검 인권감독관실로부터 조사하겠다는 통지를 받았으나 이를 거부했다.

뉴스타파에 따르면 한씨는 서울중앙지검 인권감독권실의 조사를 거부하고 대신 법무부 감찰이나 대검 감찰부의 수사에 적극 협력하겠다고 밝혔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