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재정지출 확대 위해 불가피”… 부가세 인상-부자 증세 등 거론 野 “재정건전성 유지 위해 필요”… 대부분이 더 내는 ‘보편 증세’ 논의 전문가 “증세 시점 신중해야 효과”
여야 정치권이 각각 개최한 재정 관련 전문가 토론회에서 모두 증세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특히 여당 토론회에 참석한 국책연구기관 대표는 재정지출 확대 규모의 최고 50%까지 세금을 더 거둬야 한다고 해 증세 규모가 수십조 원은 돼야 재정 수요를 충족할 수 있음을 암시했다.
더불어민주당이 15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개최한 재정토론회에서 기조발표를 맡은 김유찬 한국조세재정연구원장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경기 침체기에는 증세를 수반하는 재정지출 확대가 긍정적인 경제 활성화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했다. 증세 규모로는 재정지출 확대분의 25∼50%를 제시했다. 김 원장은 또 증세 방안으로 “(부동산 등) 자산소득 및 자산거래에 대한 과세 강화는 자본의 실물투자로의 유도 측면에서도 필요하다”고 했다. ‘부자 증세’를 우회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이날 오전 같은 장소에서 열린 미래통합당 주최 재정토론회에서도 박형수 전 조세재정연구원장은 재정건전성을 지키기 위해 증세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우리 경제가 감내할 수 있도록 보다 넓은 대상에 대해 완만하지만 지속적인 증세가 필요하다”고 했다. 특정 계층에 대한 과세 강화가 아닌 국민 대부분이 세금을 더 내는 ‘보편 증세’의 필요성을 거론한 것이다.
세출 삭감이나 증세를 통해 최대 60조 원 안팎의 재원을 확보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여당 측 토론회에 참석한 김우철 서울시립대 교수는 “거시경제의 경상성장률이 3.5% 수준일 때 국가 채무 비율을 60% 이내로 유지하려면 세출 삭감이나 증세를 통해 60조 원의 재원을 확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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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세 대상에 대해선 의견이 엇갈렸지만 두 토론회 모두 증세의 필요성에 동의한 건 갈수록 늘어나는 재정 수요를 감당하기 위해선 세입 확충이 반드시 병행돼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여당 측은 앞으로 재정 정책을 더 적극적으로 펴기 위해, 야당 측은 재정건전성을 일정 범위 내에서 유지하기 위해 재정을 보강할 특단의 대책으로 증세를 꺼내든 것이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올해 국세 수입은 279조7000억 원으로 지난해보다 13조8000억 원 감소할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해에 이어 통계 작성 이래 처음으로 2년 연속 세수가 줄어드는 것이다. 특히 기업 실적 부진 등으로 법인세수 감소폭이 두드러질 것으로 전망된다. 2018년 70조9400억 원, 2019년 72조1700억 원 걷혔던 법인세는 올해 58조5000억 원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실적과 비교해 약 19% 감소한 수치다. 부가세는 지난해(70조8300억 원)보다 약 9% 감소한 64조6000억 원이 걷힐 것으로 예측된다. 올해 성장률이 추가 하락할 경우 국세 실적은 이보다 더 줄어든다.
다만 전문가들은 증세의 시점에 대해선 정부와 정치권이 신중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지금 당장 증세를 하면 확장 재정 정책의 효과가 오히려 반감할 수 있다”며 “경기가 침체하는 시기의 증세는 정책 실패 가능성이 높은 만큼 신중해야 한다”고 했다.
세종=남건우 woo@donga.com·송충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