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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종연 PD “리얼리티와 스토리 둘 다 잡는법 고민중”

입력 | 2020-06-12 03:00:00

tvN 예능 ‘대탈출’ 연출 정종연 PD
퀴즈 풀며 초대형 밀실 탈출, 시즌 1~3 이끌며 ‘세계관’ 구축
CG배제, 세트 먼지도 실제 가루



정종연 PD는 출연자의 ‘찐 반응’을 볼 때 가장 즐겁다. 그는 “김종민이 퀴즈의 단서가 담긴 종이를 못 챙긴 걸 알고 ‘망했다’ 하는 표정을 지었을 때, 김동현이 세트장에 들어온 고양이를 보고 놀라 주저앉았을 때처럼 출연자들의 꾸밈없는 반응이 ‘대탈출’의 가장 큰 매력”이라고 말했다. CJ ENM 제공


“이건 예능인가요, 영화인가요?”

2018년 7월 tvN 예능 ‘대탈출’ 첫 편이 방영되자 시청자들은 이렇게 반응했다. 대탈출은 강호동 김동현 김종민 신동 유병재 피오가 퀴즈를 풀며 초대형 밀실을 탈출하는 프로그램이다. 사설 도박장, 정신병원, 교도소, 감옥 등 영화에서 볼 법한 세트를 구현해 ‘tvN 예능 중 가장 제작비가 많이 들어간 프로그램’이라는 수식어가 붙었다. 7일 막을 내린 대탈출 시즌3은 세 시즌 가운데 평균 시청률(2.6%)이 가장 높았다. 시즌1, 2 등장인물이 계속 나오는 등 스토리가 연결돼 ‘대탈출 세계관을 구축했다’는 호평도 받았다.

하지만 8일 서울 마포구 한 카페에서 만난 정종연 PD는 “시즌3이 많은 숙제를 남겼다”고 했다. ‘더 지니어스’ ‘소사이어티 게임’에 이어 대탈출까지 ‘두뇌 예능의 1인자’로 꼽히는 정 PD에게 이야기와 리얼리티 사이의 균형 잡기가 큰 과제로 남았다는 것. 시즌 초반에는 퀴즈를 풀어 밀실을 빠져나오는 ‘방 탈출’ 콘셉트에 충실했지만 점차 서사가 가미되면서 리얼리티가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왔다.

“리얼리티 예능의 가장 큰 강점은 예측할 수 없는 상황에 맞닥뜨린 출연자의 ‘찐(진짜) 반응’에 시청자가 몰입한다는 점입니다. 스토리가 늘어나 출연자가 각본을 따라가다 보면 리얼리티가 떨어질 수 있어요. 리얼리티와 스토리, 둘 다 잡는 법을 고민 중입니다.”

리얼리티에 대한 집념은 세트에도 묻어난다. 시즌3 1회에는 출연자들이 엘리베이터처럼 생긴 타임머신을 타고 공간 이동하는 장면이 나온다. 타임머신이 벽과 붙어 있으면 다른 곳으로 통하도록 세트를 지은 것처럼 보여 시청자의 몰입을 방해할 수 있다고 판단해 일부러 벽과 떨어뜨려 놓았다. 카메라 앵글 밖 디테일까지 살린 이런 장인정신으로 장연옥 미술감독은 올해 백상예술대상 TV부문 예술상을 받았다.

“세트의 먼지도 컴퓨터그래픽(CG)으로 입히지 않고 먼지 효과를 내는 가루를 흩뿌려요. 출연자가 혹시라도 만졌을 때 손에 묻어나도록 말이죠. 우리끼리 서로 봐주자는 식의 눈속임은 통하지 않습니다.”

정 PD는 웃음뿐만 아니라 공포 분노 슬픔 같은 감정도 엔터테인먼트에서 간접 체험하면 재미가 될 수 있다고 본다. 이 같은 재미에 대한 그의 철학은 아이디어의 원천이다. 시즌3에서 가장 높은 시청률(3.0%)을 기록한 ‘어둠의 별장’ 편도 아예 앞이 보이지 않는 상황을 만들면 재미있겠다는 그의 생각에서 비롯됐다.

“일상에서 겪기는 싫지만 대리 체험했을 때 쾌감을 주는 상황이 무엇일지 끊임없이 고민해요. 그런 ‘갈등적 재미’를 주는 예능도 하나쯤 필요하지 않나요?”

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