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 ‘노견일기’ 낸 정우열 작가
노견 풋코와 만화가 정우열 씨는 바닷가에 자주 함께 나간다. 정 씨는 “서울에 오래 살았지만 이젠 풋코와 산책하다가 문득 찾아갈 바다가 없는 도시에서는 행복하기 어려울 듯하다”고 했다. 그가 만화로 전하는 풋코의 일상 이야기는 늙은 반려견과 함께 사는 독자들의 마음을 다독여 준다. 정우열 씨 제공
최근 출간된 만화책 ‘노견일기’(동그람이)에서 작가 정우열 씨가 올해 열일곱 살인 애견 풋코에게 산책 중 건넨 말이다. ‘올드독’ 캐릭터로 잘 알려진 일러스트레이터 겸 만화가인 그가 풋코와 함께 제주도에서 생활하며 겪는 소소한 일상 이야기를 묶은 책이다.
개의 수명은 사람에 비해 훨씬 짧다. 사람들은 강아지를 입양하면서 그 사실을 잊거나 간과한다. 늘 귀여운 강아지일 거라 여겼던 개는 시간이 갈수록 걸음이 점점 느려지고, 눈이 잘 보이지 않는 티를 내고, 놀다가 자기가 뭐하고 있는지 잊어버린 듯 우두커니 서 있는 일이 잦아지고, 잠을 많이 자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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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풋코가 떠나고 나면 한동안은 개를 기르지 않을 생각이다. 원래 계획은 풋코를 보낸 뒤 먼 곳으로 긴 여행을 떠날 생각이었는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때문에 가능할지 모르겠다. 좀 막막한 심정이다.”
“평생 다시 개를 기르지 않게 될지, 그건 모르겠다. 개를 만나는 건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는 일처럼 운명적인 일이라고 생각한다. 혼자가 되면 형편 닿는 대로 유기견을 위한 봉사활동을 할 계획이다. 국내에서 날마다 유기견 수백 마리가 발생한다. 그들을 돌볼 일손이 턱없이 부족함을 알기에 늘 미안한 마음이다.”
개는 같이 생활하는 사람의 삶에 예상보다 큰 변화를 안겨준다. 정 씨는 두 개와 함께 지내며 채식주의자가 됐다. 11년 전부터 해산물, 유제품, 동물복지계란만 허용하는 채식을 실천하고 있는 그는 “개가 얼마나 지적이고 감성적인 존재인지 이해하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맞이한 변화”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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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반자와의 작별을 늘 염두에 둔 이야기이지만 ‘노견일기’는 울적하지 않다. 좁은 연석(沿石·길의 경계석) 위로만 가려는 풋코를 따라가다가, 그는 어머니 손을 잡고 걸으며 보도블록 금을 밟지 않는 혼자만의 게임에 열중하던 꼬마 때 기억을 행복하게 떠올린다. 노견 풋코는 언제나 그랬듯 “못 견디게 힘든 날에도 한 번은 웃게 해 주는 존재”다.
“풋코와 함께할 수 있는 남은 시간만큼 값진 게 없다. 최대한 일을 줄이고 자주 산책을 하고 바다에 가려 한다. 동어반복이라 반성하면서도 늘 새로운 작품을 생각하고 꿈꾼다. 모두 다 소리와 풋코 덕분이다.”
손택균 기자 soh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