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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택근무 ‘뉴노멀’로 자리매김…‘포스트 코로나’ 사무실 개념은

입력 | 2020-06-09 17:07:00

© News1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계기로 업무 환경이 바뀌면서 오프라인 사무실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정보기술(IT) 기업 위주로 활용하던 재택근무 제도가 공공기관, 대기업까지 번지며 ‘새로운 사회적 기준(뉴노멀·New Normal)’으로 자리매김하자 예전처럼 사무실을 유지할 필요가 크게 줄고 있다. 사무실을 공유 오피스로 대체하려고 검토하거나 아예 없앤 사례도 등장했다.

국내 13개 지점을 둔 공유 오피스 운영업체 ‘스파크플러스’에 따르면 올해 1분기(1~3월) 입주문의는 지난해 4분기(10~12월)의 1.5배로 늘었다. 같은 기간 3개월 이하 단기 입주 문의는 전체 문의의 3%에서 6%로 늘었다.

이처럼 여러 기업이 공유 오피스를 찾는 건 자산 유동성 확보와 비용 절감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사옥을 두면 인테리어 비용부터 임대보증금, 월 임차료와 관리비, 사무집기 구입 및 대여 비용 등을 부담해야 한다. 공유 오피스에 입주할 경우 월 사용료 외에 다른 비용이 들지 않는다. 공유 오피스 지점이 여러 곳이라 직원의 근무 공간을 분산해 사내 코로나19 집단 감염사태 위험도 줄일 수 있다.

재택근무 확산 흐름에 맞춰 공유 오피스를 활용하려는 수요도 있다. 집에서 일하기 어려운 직원이나 대면 접촉이 불가피한 업무가 생길 걸 대비해 기존 사무실과 집을 잇는 ‘중간 거점’으로서 공간이 필요해지면서다. 최근 SK텔레콤이 ‘거점 오피스’를 확대하겠다고 밝힌 것도 같은 맥락이다. 단 SK텔레콤은 자사가 이미 보유한 부동산을 거점 오피스로 활용할 계획인데, 이런 공간이 없는 기업들은 공유 오피스 입주를 검토하고 있다. 스파크플러스 관계자는 “이런 수요를 겨냥해 지난달 문을 연 강남2호점에 처음으로 화상회의 공간을 구축했고 앞으로 전 지점으로 늘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코로나19 이후 ‘완전 재택근무’를 도입한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도 등장했다. 서울 강남역 인근에 사무실을 두고 있는 한 정보기술(IT) 스타트업은 지난달 코로나19가 잠잠해진 후에도 완전 재택근무를 도입하겠다고 선언했다. 이 업체는 코로나19가 처음 확산되던 시점부터 선택적 재택근무를 진행한 곳이다. 이후 약 3개월간 회사 운영에 별다른 차질이 발생하지 않자 이런 결정을 내렸다. 사무실을 당장 없애는 것은 아니지만, 직원들은 회사로 출근하기 위해서는 마치 휴가를 쓸 때처럼 사유를 제출해 팀장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코로나19 이전부터 완전 재택근무를 시행해 성공적으로 정착시킨 벤치기업도 있다. 천으로 된 아기 띠를 만드는 벤처기업 ‘코니바이에린’은 2017년 창업 때부터 지금까지 사무실이 없다. 아기 띠로만 지난해 한국, 일본, 미국 등에서 총 150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창업 당시 설립자인 부부 둘 뿐이던 직원은 현재 18명으로 늘었다. 임이랑 코니바이에린 대표는 “경기 남양주, 이천, 미국, 호주, 일본까지 직원들이 사는 곳이 제각각이지만 노트북과 인터넷만 있으면 일하는 데 지장이 없었다”며 “아직 사무실이 필요한 이유를 찾지 못했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코로나19로 많은 기업들이 재택근무가 가능하다는 경험한 만큼 사무실 개념 자체가 달라질 것이라고 보고 있다. 상업용 부동산 컨설팅 기업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가 최근 전세계 근로자 4만 명을 대상으로 코로나19로 인한 재택근무 경험과 관련된 설문을 진행한 결과, 응답자의 75%는 ‘재택근무 후에도 동료들과 효과적으로 협력하고 있다’고 답했다. 73%는 ‘회사가 장기적 또는 영구적인 유연한 근무 정책을 채택하기를 희망한다’고 했다.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코리아의 이창준 상무는 “전통적 사무실 개념은 코로나19 이후 차츰 희미해질 것”이라며 “당장 공실이 빠르게 늘어나지는 않겠지만 그 속도는 코로나19로 인해 가속화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
김호경 기자 kimh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