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명 딛고 NC 주전 발돋움 강진성
NC 강진성은 올 시즌 개막 직전 레그 킥을 포기하는 모험수를 던졌다. 결과는 일단 성공적이다. 2경기 연속 대타 홈런을 치는 등 맹활약한 그는 최근 선발 1루수 자리를 꿰찼다. 26일 키움과의 경기에서는 올 시즌 처음 4번 타자로 출전했다. 주현희 스포츠동아 기자 teth1147@donga.com
올 시즌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을 묻자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답변이 줄줄이 이어졌다. NC 강진성(27)은 25일 전화 인터뷰에서 “야구를 하면서 이런 날이 올 거라곤 꿈에도 생각 못 했다. 쉬는 날 야구장에 나오는 것도 즐겁고 매일매일이 행복하다”고 말했다.
2012년 신인 드래프트 4라운드 33순위로 NC 유니폼을 입은 강진성은 꿈같은 나날을 보내고 있다. 개막 직후 대타로 출전한 2경기에서 연속 홈런을 치는 등 확실하게 눈도장을 찍은 덕분에 개막 열흘째인 14일부터 선발 1루수로 출전하고 있다.
지난 시즌 41경기에서 타율 0.247, 2홈런에 그쳤던 강진성이 이처럼 일취월장할 수 있었던 건 자신의 폼을 버린 덕분이다. 강진성은 그동안 타격 재능에 비해 실전에 약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강진성은 “열심히 준비했는데도 시즌 개막 전 타격 페이스가 너무 안 좋았다. 연습경기 막바지 무렵에 감독님께서 ‘레그 킥을 버려 보자’고 하시더라. (입단 후) 7, 8년을 유지해온 폼을 포기하는 게 쉽지 않았지만 안 되면 2군에 내려갔다가 오면 된다는 생각으로 마음을 비우고 도전했던 게 도움이 됐다”고 설명했다. 타격 시 앞쪽 발(우타자의 경우 왼발)을 들었다 내려놓으며 타격을 하는 레그 킥은 타구에 힘을 싣는 데 도움이 되지만 시야가 흔들림으로써 정확성이 떨어진다는 단점이 있다. 이동욱 NC 감독과 코치 시절부터 함께하며 오랜 시간 믿음을 쌓아온 것도 모험에 가까운 변신을 하는 데 도움이 됐다.
강진성은 시즌을 앞두고 체중을 92kg에서 87kg으로 줄였다. 그는 “스윙 스피드를 늘릴 생각에 몸집을 키웠는데 경찰청 시절(2014, 2015년)에 몸이 가장 좋았던 것이 떠올라 그 당시로 체중을 맞췄다”고 설명했다. 최근 선발 출전 기회를 얻은 덕분에 좀 더 여유를 갖고 상대 투수의 특징이나 볼 배합 분석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얘기도 덧붙였다.
KBO리그 강광회 심판(52·태평양·쌍방울 외야수 출신)의 아들인 강진성은 최근 아버지로부터 “잘했다”는 칭찬을 듣기도 했다. 강진성은 그라운드에서 심판으로 나선 아버지와 몇 차례 마주친 바 있다. KBO리그에는 심판이 가족의 경기에는 배정되지 않도록 하는 등의 규정은 없다. 심판 배정은 시즌 전 팀 간 대진과 무관하게 결정된다.
NC 주장 양의지로부터 “1년 치 활약을 미리 다 했으니 마음 편하게 경기하라”는 이야기를 들었다는 강진성의 목표는 늘 성실하게 야구를 잘하는 선수가 되는 것. 그리고 “언젠가 한국시리즈 7차전 끝내기 홈런을 치고 싶다”는 것이다. 강진성의 달궈진 방망이가 선두를 질주하는 NC 타선에 신선한 바람을 불어넣고 있다.
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