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3 등교수업 첫날 표정 학교마다 교문-현관앞 긴 줄… “친구 만나 기쁘지만” 긴장한 눈빛 온종일 수업내내 마스크 착용 고통… 칸막이 급식실서 4차례 나눠 식사 대부분 야간자율학습 없이 마쳐
교실에 투명 가림막… 띄엄띄엄 급식 20일 처음 등교한 대전 유성구 대전전민고 3학년 학생들이 개인 아크릴판이 설치된 책상에 앉아 있다(왼쪽 사진). 같은 날 충북 청주시 서원구 청주중앙여고 학생들은 급식 시간에 옆 자리를 비워둔 채 한 방향으로 앉아 식사를 하고 있다. 대전·청주=뉴스1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이날 늑장 등교를 시작한 전국의 고3 학생들은 마음껏 반가워하지도 못했다. 조심스레 주먹이나 팔꿈치를 부딪치며 인사를 나눴다. 마스크 위로 긴장한 눈빛이 역력한 학생들도 보였다. 서울 강남구의 고3 박모 양(18)은 “다시는 코로나19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는 말이 실감난 하루”라고 전했다.
○ 모든 게 바뀐 하루
이날 전국의 고3 학생들은 등교 단계부터 ‘코로나 시대’를 체감했다. 학교 건물이나 교문 앞에서 열화상 카메라로 발열 체크를 했다. 교실에 들어가도 담임교사의 2차 발열 검사가 기다리고 있었다. 손을 소독하고 책상을 닦은 뒤에야 자리에 앉을 수 있다.
학교생활의 큰 즐거움인 급식시간도 전처럼 웃고 떠들기 어려웠다. 서울 A공고는 교사 10명을 배치해 학생들의 동선을 관리했다. 3학년 전원이 식사할 수 있는 500석 규모의 급식 시설에서 130명씩 4차례 급식을 진행했다. 급식 시간이 길어져 수업시간도 조정했다. 전국 고교마다 급식 식탁 위에 개인 칸막이가 등장하거나 1칸 띄워 앉기, 지그재그 앉기, 한 방향 앉기 등 다양한 해법이 등장했다.
고3 대부분은 야간 자율학습 없이 오후 3시 전후에 하교했다. 청주의 고3 유호준 군은 “학교에서 친구들을 만나게 된 점이 가장 기뻤다”고 첫 등교 소감을 전했다.
○ 이송 학생 속출에 불안
첫 등굣날부터 코로나19 의심 증상을 호소하는 학생이 적지 않았다. 코로나19 피해가 가장 컸던 대구경북에선 이날 하루 84명이 코로나19 의심 증상을 보여 귀가 조치됐다. 경북 포항 영일고에서는 학생 7명이 한꺼번에 열이 나 학교를 떠났다. 다행히 이들 학생은 모두 음성 판정을 받았다. 광주전남(73명), 강원(32명), 충북(17명) 등 다른 지역에서도 이송 학생이 나왔다.
학부모들은 애가 탔다. 이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선 하루 종일 “학교 가는 아이의 뒷모습에 눈물이 났다”, “아이가 하루 종일 마스크를 쓰고 긴장해서 그런지 집에 오자마자 머리가 아프다며 계속 잠만 잔다”는 사연이 끊이지 않았다.
이날 고3 외에 전국 농산어촌의 소규모 초중학교 700여 곳도 등교를 시작했다. 특별시, 광역시를 제외한 지역의 전교생 60명 이하 초중학교는 학교장 재량으로 등교가 가능하다. 다음으로 27일 고2, 중3, 초1·2 및 유치원 학생이 등교하게 된다.
박재명 jmpark@donga.com / 청주=장기우 / 김수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