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요즘 미중 간 말의 공방에는 조금의 자제도 없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중국과 관계를 완전히 단절할 수도 있다”고 하자 중국 언론은 “트럼프가 미친 것” “구석에 몰린 짐승 같다”고 맞받았다. 중국 내에서는 미중 관계가 끊어지면 대만을 즉각 통일해버리겠다는 협박성 주장도 나온다.
▷그레이엄 앨리슨 하버드대 교수에 따르면 지난 500년간 세계사에서 16번의 패권 교체 중 무력 충돌이 12번 있었다. 투키디데스의 ‘펠레폰네소스 전쟁사’는 경쟁국 국력 차가 비슷해지거나 추격이 벌어지면 충돌로 치닫는 역사를 보여준다. 1992년 각각 5816억 달러와 283억 달러이던 미국과 중국의 국방비는 2019년 7317억 달러와 2610억 달러로 좁혀졌다. 중국은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로 휘청거리는 미국을 ‘종이호랑이’로 여겨 먼저 위안화 국제화로 달러 제국에 도전했다. 시진핑 주석은 2014년 “중국이라는 사자는 이미 깨어났다”고 했다.
▷미국은 ‘경제 번영 네트워크’라는 친미 경제 블록으로 글로벌 공급망을 재편해 중국 고립화에 나섰다. 대만의 TSMC가 중국 화웨이에 반도체 공급을 중단하고 미국에 공장을 짓기로 했다. 삼성에도 미국 내 공장 확대를 요구하는 등 미중 갈등이 한국에 선택을 강요하는 악몽의 시나리오가 현실화될 우려가 커지고 있다. 그동안 경험 못한 거대한 고래 싸움이 다가오고 있다.
구자룡 논설위원 bonh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