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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린 패션… 기존 스마트폰과 달라”

입력 | 2020-05-20 03:00:00

[카 &테크]LG전자 야심작 ‘벨벳’




LG전자가 19일 전략 스마트폰인 벨벳의 후면 컬러 공법 등 디자인 요소를 설명하는 온라인 테크 세미나를 열었다. 사진은 LG 벨벳 디자인 개발에 참여한 LG전자 연구원들로 왼쪽 위부터 시계 방향으로 최보라 유승훈 도기훈 책임연구원, 김영호 전문위원, 김문영 책임연구원. LG전자 제공

이번엔 부진을 털어낼 수 있을까. 수년째 같은 질문을 던져 온 LG전자 스마트폰 사업부가 이번엔 꽤나 절치부심한 듯하다. 시장조사부터 다시 했고 디자인으로 승부를 봐야 한다는 결론을 얻었다. 최신 스마트폰 벨벳(사진)을 보면 LG전자가 스마트폰 시장 트렌드를 어떻게 읽고 있는지도 보인다. 패션 아이템처럼 화려한 스타일과 한손에 잡히는 느낌을 특히 부각한 것도 조사에 의해서다.

LG전자는 19일 MC디자인연구소 연구원들이 참여한 가운데 온라인 테크 세미나를 열고 벨벳 디자인과 개발 과정 등을 소개했다. 이 자리에서 LG전자 연구원들은 지난해 국내와 미국서 소비자 각각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온라인 소비 패턴 연구를 발표하며 이를 개발에 참고했다고 밝혔다. 제조사가 신형 스마트폰을 출시하면서 소비자 시장조사 결과를 같이 공개하는 것은 다소 이례적이다.

이에 따르면 소비자 56%가 절대 중요 요소로 브랜드를 꼽았다. 디자인이라고 답한 소비자도 38%에 달했다. 중복 응답이 가능한 설문에서 카메라라는 응답도 35%였다. 이를 통해 LG전자는 디자인 쪽에서 승부수를 띄워야 한다는 결론을 얻었다. 상대적으로 경쟁사에 비해 브랜드의 힘이 약하다는 지적을 받아온 LG전자는 디자인을 통해 상대적인 열세를 극복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이런 판단은 꽤나 과감한 디자인 시도로 이어졌다. LG전자는 최근 스마트폰 디자인 트렌드가 다소 투박해지고 있다며, 좀 더 스타일을 드러내는 방식으로 차별화할 수 있다는 결론을 얻었다. LG전자가 돌연 그동안의 라인업(G와 V)과 결별하고, 파격적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큰 폭의 디자인 변화를 감행한 이유다.

벨벳 디자인을 총괄한 김영호 MC디자인연구소 전문위원은 “풀스크린, 인덕션 카메라가 대세가 되면서 별 차이 없는 비슷비슷한 디자인의 스마트폰이 대부분이다. 한마디로 스타일이 사라졌다”고 봤다. 기능을 앞세우는 기존 관행 대신 좀 더 패션 아이템에 가까운 형태로 스마트폰을 진화시키는 방향을 택했다.

LG전자는 벨벳 후면 글라스 아래에 1μm(마이크로미터·1μm는 100만분의 1m) 이하 간격으로 광학 패턴을 촘촘히 새겨서 빛이 화려하게 반사되도록 만들었는데, 이 역시 스타일을 부각하기 위해서다. 또한 스마트폰 디자인에서 중요하게 여긴 부분은 폭, 너비, 두께 등 비례와 관련된 요소였다. 동영상 시청이 쉽도록 한손에 감기면서도 시원하게 느껴지는 비례를 주기 위해서 세로와 가로 비율을 20.5 대 9로 맞췄다는 게 LG전자 측 설명이다.

벨벳은 이러한 비례 덕분에 한손에 편하게 쥐어지는 형태다. LG 벨벳의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는 퀄컴 스냅드래건 765 5G 통합 칩을 사용해 두께와 무게를 줄였는데, 이 사용성과 디자인을 모두 고려한 결정이었다. AP가 비교적 최신 프리미엄 스마트폰에 비해 사양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있다. 실제 기자가 사용해 보니 동영상 시청 등에 있어선 큰 무리가 없었고, 인터넷 서핑도 체감 속도는 프리미엄급과 큰 차이를 느끼지 못할 정도로 최적화가 잘 이뤄져 있었다.

LG 벨벳이 도전장을 낸 중고가 시장은 최근 뜨거운 경쟁 중이다. 벨벳의 출고가(89만9800원)는 경쟁사 프리미엄 라인업보다는 한 단계 가격을 낮췄는데, 통신사 요금 조건 ‘0원’에 근접한 상태다. 애플이 최근 보급형 신규 모델 아이폰SE2를 출시해 중가 경쟁에 뛰어든 데 이어 최근 삼성전자도 19일 SK텔레콤을 통해 갤럭시노트9을 15만 대 한정으로 79만9700원에 재출시했다.

임현석 기자 lh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