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안방 개막전 가보니 ‘집관 티켓’ 팬 5000여 명 인증샷…경기장선 ‘오디오 관중’ 골 연호 “관중 함성 있었다면 역전했을 것”
프로축구 대구의 안방인 ‘대팍’ DGB대구은행파크 관중석에 대구 팬들이 직접 꽂은 깃발이 설치돼 있다(왼쪽 사진). 약 1만 개에 달하는 깃발에는 팬들이 손수 적은 응원 메시지가 담겨 있다. 대구의 골수팬 박세원 씨는 대구의 안방 개막전이 열린 16일 구단에서 보낸 ‘집관 티켓’을 얼굴에 대고 ‘집관 인증’을 했다. 대구FC·박세원 씨 제공
이번 시즌에도 설레는 마음으로 개막을 기다렸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개막 일정이 밀렸다. 대구 시민들이 코로나19와 사투를 벌이던 2, 3월에도 박 씨는 식당 문을 닫지 않고 개막만 손꼽아 기다렸다.
마침내 찾아온 홈 개막전인 16일 포항전은 무관중 경기였다. 경기 시작을 2시간 앞둔 오후 2시 30분. 예전 같으면 축구팬들로 가득 차야 할 시간이었지만 이날은 손님이 한 명도 없었다. 박 씨는 “그래도 개막을 하니 기분이 좋다. 요새는 대구에 코로나19 환자가 많이 줄면서 손님도 조금씩 늘고 있다. 하루빨리 대팍 관중도, 우리 가게 손님도 가득 차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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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는 안방에서 경기를 지켜볼 팬들을 위해 ‘집관 티켓’ 약 5000장을 배송했다. 올해 주장을 맡은 수비수 홍정운의 얼굴 반쪽이 인쇄된 집관 티켓은 팬들이 자신의 얼굴에 대고 인증샷을 찍을 수 있도록 디자인됐다. 팬들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린 인증샷은 경기장 전광판을 통해 송출됐다. 7세 아들과 함께 ‘집관 인증’을 한 박세원 씨(37)는 “아들과 경기장에 간 기분을 내보고 싶어서 유니폼과 집관 티켓, 응원 깃발까지 ‘풀 세팅’하고 경기를 봤다. 코로나19 확진자가 많아서 힘들었는데 축구가 잘 풀려서 대구 시민들에게 힘이 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집관 티켓이 안방에 대팍 분위기를 전달했다면, 경기장에서는 ‘맞춤형 응원 함성’이 현장 분위기를 살렸다. 대구가 코너킥 찬스를 맞이하면 장내 사회자와 ‘오디오 관중’이 호흡을 맞춰 ‘골’을 연호했고, 대구 선수가 파울을 당하면 야유가 흘러나왔다. 축구 전용 구장이라 울림이 선수들에게 고스란히 전해졌다. 비어 있는 관중석에는 1만여 개 소형 깃발이 곳곳에 꽂혀 있었다. 깃발에는 팬들이 직접 쓴 응원 문구와 사인이 담겨 있었다. 경기가 없는 날 팬들이 경기장을 찾아 직접 꽂은 깃발이었다.
이날 대구는 포항과 1-1로 비겼다. 포항 팔로세비치에게 선제골을 내준 대구는 후반 21분 김대원의 크로스를 에드가가 헤더로 마무리해 균형을 되찾았다. 에드가의 골은 대구의 시즌 첫 골이다. 대구는 9일 1라운드 경기에서도 인천과 0-0으로 비겼다. 이병근 감독대행은 “후반 막판 체력적으로 고비가 왔을 때 홈 관중의 목소리가 아쉬웠다. 함성이 있었다면 역전까지 할 수 있었다”며 아쉬워했다. 대구 팬 문선주 씨(27)는 “관중 입장이 허용된다면 아이돌 콘서트장처럼 큰 함성을 선수들에게 들려주고 싶다”고 말했다.
대구=조응형 기자 yesbr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