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K리그 킥오프]코로나로 69일 지각 개막 프로축구 수원전 후반 교체투입 ‘라이언 킹’… 23분 뒤 머리로 결승골 전설 입증 해외 중계로 미들즈브러 시절 소환… 당시 유니폼 입고 인증샷 팬도
전북 간판스타 이동국(오른쪽)이 8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수원과의 시즌 개막전에서 후반 38분 헤더골을 넣은 뒤 기뻐하고 있다.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지난 시즌 K리그1(1부) 챔피언 전북과 축구협회(FA)컵 우승팀 수원의 2020시즌 K리그 개막전이 열린 8일 전주월드컵경기장.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예정보다 69일 늦게 열린 개막전은 무관중으로 치러졌다. 지난해 전북의 안방 평균 관중은 1만3937명(2위). 하지만 이날은 녹색 물결을 이룬 전북 팬들이 응원가 ‘오오렐레’를 목청껏 부르는 육성 응원은 들리지 않았다.
축구의 복귀를 눈앞에서 보지 못한 팬들에게도 낯선 하루였다. 전북 팬 박경수 씨(35)는 “‘집관(집에서 관람)’하는 동안 목 관리를 잘해 관중석에 발을 딛게 되는 날에 함성을 폭발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경기장에서 600m 거리에 있는 수제비 식당. 이곳은 골 폭죽 소리가 들리면 식사를 하던 팬들도 다 같이 환호하는 명소다. 가게 직원은 “80명이 가득 찼어야 할 식당이 한산하다. 유관중이 됐을 때 축구 열기가 다시 전해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K리그 통산 최다골 기록 보유자인 이동국은 자신의 기록을 225골로 늘렸다. 이날 경기가 영국 BBC 홈페이지 스트리밍을 통해 현지에 생중계되면서, 루크라는 이름의 영국 팬은 트위터에 이동국의 전 소속팀인 미들즈브러 유니폼 ‘인증샷’을 올렸다(위 사진). 미들즈브러도 구단 트위터에 이동국의 골 소식을 전했다. 사진 출처 트위터
개막전이 유튜브 등을 통해 전 세계에 중계되면서 이동국의 ‘흑역사’로 불리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미들즈브러 시절을 소환한 해외 팬도 있었다. 루크라는 이름의 영국 팬은 트위터에 이동국의 미들즈브러 유니폼 ‘인증샷’을 올렸다. 그는 “이동국을 다시 보게 돼 기쁘다. 12년 만에 내가 가장 좋아하는 선수의 셔츠를 꺼내 입었다”고 썼다. 2006∼2007, 2007∼2008시즌 미들즈브러에서 뛴 이동국은 리그컵 등에서 2골을 넣었지만 EPL에서는 무득점에 그친 뒤 국내로 돌아왔다. 마침 이 경기는 영국 BBC가 홈페이지 스트리밍 서비스를 통해 생중계했다. 이동국은 “영국에 내 팬이 많지는 않을 것 같다. 하지만 그분들에게 ‘생존 신고’를 해 다행이라고 생각한다”며 웃었다.
전주=정윤철 trigger@donga.com / 조응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