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서산
충남 서산 지방도 647호선을 자동차로 달리다 보면 길 양쪽 구릉에 초록빛 목초지들이 넓게 펼쳐져 있는 모습이 이색적이다. 벚꽃이 피는 봄이나 눈으로 뒤덮인 겨울에는더욱 풍경이 빛난다.
서산 지방도 647호선은 자동차를 타고 달리기만 해도 눈과 마음이 행복해지는 길이다. 특히 서산 운산면 태봉리 서산목장에서부터 신창리 현대목장까지 이어지는 약 4.7km 구간은 이국적이고 이색적이다. 유럽의 전원 마을에 온 듯한 착각이 들 정도다. 길 양쪽 구릉에 초록빛 목초지가 펼쳐져 있다. 완만한 곡선의 구릉이 솟았다가 내려갔다 하면서 한참 이어진다. 드문드문 나무들이 구릉에 자란다. 마치 풀 뜯는 소들에게 그늘을 만들어 주려는 듯. 아름다운 문장 사이의 쉼표 같은 느낌이랄까.
봄이면 개심사 명부전 앞마당에 청벚꽃이 피는데 푸르스름한 빛의 꽃이 눈길을 끈다.
소 방목이 시작되는 봄이면 벚꽃과 민들레 등 갖가지 들꽃이 목초지에 핀다. 초록색 도화지에 여러 색의 물감을 흩뿌린 그림을 연상케 한다. 길을 따라 가다 보면 수령 30년 이상의 벚나무 1000여 그루가 목초지를 배경으로 터널을 이루는 장관도 볼 수 있다. 지방도에서 목장 능선을 따라 전망대에 이르는 500m 길이의 길 양쪽에 벚꽃이 늘어서 있다. 바람에 꽃잎이 흩날리는 풍경은 사랑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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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도 647호선에서 멀지 않은 곳에 충남 4대 사찰 중 하나인 개심사가 있다. 654년 백제 의자왕 14년에 혜감국사가 창건했다. 이후 1350년 고려 충정왕 2년에 처능대사에 의해 중수됐다고 한다. 주차장에서 솔숲을 따라 올라가는 길에서는 수령이 60년 정도 된 어린 소나무들이 반긴다. 빽빽하게 늘어서 있으면서 다양하게 휘어진 모양을 감상하다 보면 10분 정도의 길이 전혀 지루하지 않다.
보원사는 주변에 암자 100개를 거느릴 정도로 큰 사찰이었지만 지금은 절터만 남았다.
부처님오신날 전후로 벚꽃이 가득 피어 사찰을 감싼다. 벚꽃이 활짝 필 땐 사찰이 이렇게 화려해도 되는지 의아할 정도다. 대웅전 앞에는 진달래가 풍성하게 폈다. 심검당 앞에는 백매화와 홍매화가 만발했다. 명부전 앞에 서 있는 두 그루의 청벚꽃은 초록을 살짝 머금은 겹벚꽃인데, 다른 곳에서 쉽게 볼 수 없다.
코를 박고 있는 형상의 코끼리바위. 주위는 몽돌해변으로 파도에 돌 부딪치는 소리가 정겹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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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이 빠져야 걸어갈 수 있는 간월암은 태조 이성계 때 창건된 작은 암자다. 밀물 때는 물 위에 떠 있는 연꽃처럼 보여 연화대로도 불린다.
물때를 잘 맞춰야만 간월암에 닿을 수 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밀물 때 배를 이용했지만 지금은 운항하지 않는다. 육지에서 간월암까지 10m 정도 떨어져 있는데 물이 차면 닿을 수 없다는 사실이 간월암을 더욱 신비롭게 만든다. 간월암을 둘러보는 데는 5분이면 충분하다. 하지만 간월암에서 보는 주변 바다와 섬 풍경이 빼어나 계속 머물고 싶어진다. 물이 빠질 때는 갯벌과 갯바위를 오가며 산책도 할 수 있다. 붉은 노을빛을 배경으로 한 해질 무렵의 섬 실루엣은 강렬한 인상을 준다. 바다 위로 떠오른 달을 보고 있노라면 문득 깨달음을 얻을 것 같은 착각에 빠져든다.
물이 빠질 때만 들어갈 수 있는 섬이 서산에 하나 더 있다. 곰이 웅크리고 있는 모습과 같다고 해 웅도란 이름이 붙은 섬이다. 섬과 육지를 잇는 다리가 하나 있는데 자주 바다에 잠기는 탓에 따개비 등이 다리에 붙어있다. 섬에 들어가면 나무 덱으로 만든 바다 산책길을 만날 수 있다.
섬에서 육지로 탈바꿈한 곳도 있다. 서산의 북서쪽 끝에 있는 황금산이다. 예전에는 섬이었지만 1980년대 후반 주변에 화학공단이 들어서면서 육지와 이어졌다. 황금산은 원래 항금산이라 불렸다. 금이 발견되면서 황금산으로 이름이 바뀌었다고 한다. 서쪽 바위절벽에 금을 캤던 동굴들이 남아 있다. 하지만 사람의 발길이 닿긴 어렵다. 산 정상에는 예로부터 풍년과 안전을 기원했던 당집을 복원해 놓았다. 요즘도 이 당집에서 매년 봄 제향을 지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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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사진 서산=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