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화 수입배급사 ‘퍼스트런’의 이성우 공동대표(47)는 2018년 11월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열린 아메리칸 필름 마켓(AFM)에서 영화 ‘주디’를 수입했던 때를 생생히 기억한다.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월요일이 사라졌다’ ‘러빙 빈센트’ 등 국내에서 흥행한 여러 외화를 수입했지만 할리우드 배우 주디 갈런드의 삶을 다룬 ‘주디’에 유독 사활을 걸었다. AFM은 영화 시사와 판매가 이뤄지는 세계 최대 규모의 영화 산업 행사다.
21일 만난 이 대표는 “‘주디’ 마켓 시사에 참석한 국내 수입배급사 10여 곳의 대표들을 일일이 만났다. 친한 분에게는 농담 반 진담 반의 협박을, 모르는 분에게는 읍소를 하며 ‘주디’는 우리가 사겠다고 설득했다”고 했다. 마켓 시사는 수입배급사를 대상으로 하는 시사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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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디’는 국내에 소개되지 못할 수도 있었다. 통상 외화는 배우, 감독, 제작사 정도만 정해진 상태에서 수입배급사가 시나리오를 보고 구매하는 ‘프리 바이(Pre Buy)’ 방식으로 계약한다. ‘주디’도 영화화되기 전인 2017년 시장에 나왔지만 국내 수입배급사들의 선택을 받지 못했다. 음악영화라는 장벽 때문이었다. 이 대표는 “외화는 90% 이상이 프리 바이 형태로 수입되지만 ‘주디’는 어떤 곡을 쓸지 정해지지 않았고, 젤위거가 곡을 어떻게 소화할지도 미지수라 선뜻 나선 회사가 없었다”고 설명했다.
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