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내의 한 학원가로 학생이 등원하고 있다. 2020.3.30 © News1
20일 오후 2시경 서울 동작구 한 피트니스센터. 요가 강사 노모 씨(32·여)는 꽤나 복잡한 표정이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전 5, 6곳에 출강했던 노 씨는 2월 이후 모든 수업이 끊겼다. 이날 거의 2달 만에 강의를 재개했다. 하지만 센터 측에선 ‘임시’란 단서를 달았다. 센터 관계자는 “상황이 급변하면 다시 문 닫을 수도 있어 미리 양해를 구하는 상황”이라 했다.
정부가 20일부터 일부 집단시설의 ‘운영중단’ 권고를 ‘운영제한’으로 낮추자 학원과 실내체육시설, 유흥시설 등이 하나둘 문을 열었다. 업소나 이용객은 그나마 숨통이 트였다고 하면서도, 행여 집단감염이 발생할까봐 긴장을 풀지 못 했다. 정부의 세부지침을 통보받지 못해 혼란스러워하는 업소들도 적지 않았다.
● 막상 문은 열었지만 불안한 학원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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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역 주변 한 대형어학원은 벌써부터 ‘자리경쟁’도 벌어졌다. 로비에 마련한 12인석 책상 등은 오전 11경부터 빈자리가 없었다. 학원 관계자는 “개장하자마자 등록생이 평소보다 15%이상 늘었다”며 “학생들에게 방역지침을 안내하지만 얼마나 잘 지킬지 걱정”이라 했다.
영세 학원들은 여전히 ‘코로나19한파’를 겪고 있기도 했다. 광주 북구에 있는 한 소규모 학원은 40여일 만에 문을 열었지만 2/3 이상 등록하지 않았다. 백우선 광주시 학원연합회 회장은 “학원들도 ‘빈익빈 부익부’가 뚜렷하다. 영세학원은 타격 회복이 쉽지 않아 지원책 마련이 절실하다”고 했다.
서울 송파구의 한 찜질방 헬스장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방지 및 예방을 위해 방역을 실시하고 있다. 2020.3.20 © News1
정부의 세부지침을 몰라 우왕좌왕하는 업소도 상당했다. 서울 용산구에 있는 한 피트니스센터는 회원들마다 “운동하며 마스크 착용해야 하느냐”고 물어왔다고 한다. 직원 장모 씨(39)는 “한 달 만에 열었는데 ‘마스크 착용’ 관련 공지가 없어 답하기 힘들었다. 혹시나 해서 일단 착용을 권하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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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기시설이 부족한 밀집시설도 고민이 크다. 오후 3시경 찾은 888㎡(약 268평) 규모의 한 PC방은 좌석이 85개나 되는데 환풍구는 3개뿐이었다. 지하 1층에 창문도 없었다. 직원 최모 씨(34)는 “환기하려 출입문을 열어둬도 고객들이 자꾸 닫아버려 고민”이라 했다.
종교계 역시 조금씩 기지개를 켜고 있다. 서울 강동구 명성교회와 강남구 소망교회 등은 “차츰 오프라인 예배 인원을 늘려가겠다”고 밝혔다. 2월 24일부터 법회 등을 전면 취소했던 조계종은 “23일부터 법회를 재개할 예정이다. 방역지침은 꼭 준수하겠다”고 했다.
한성희 기자 chef@donga.com
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