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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전초전’ 유권자들 몰리고… ‘코로나 선거’ 세계가 주목

입력 | 2020-04-16 03:00:00

[4·15 총선]16년 만에 깨진 투표율 ‘60% 벽’




코로나도 못 막은 투표 열기 제21대 국회의원 선거일인 15일 오전 서울 서초구 원명초등학교에 마련한 투표소 바깥 운동장에서 유권자들이 사회적 거리를 유지하며 차례를 기다렸다.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21대 총선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속에서도 28년 만에 최고 총선 투표율을 기록한 건 2년 앞으로 다가온 대통령 선거의 영향이 크다. 총선 구도가 일찌감치 양자 대결로 굳어진 가운데 더불어민주당과 미래통합당을 중심으로 양 진영이 총력전에 나서면서 막판 지지층 결집 현상이 나타났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회의원 선거에선 두 번째로 적용된 사전투표제가 안착된 점도 전체 투표율을 끌어올린 주요 요인으로 해석된다.

15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잠정 집계한 21대 총선 투표율 66.2%는 4년 전 20대 총선(58.0%)보다 8.2%포인트 높다. 총선 투표율은 이명박 정부 초기 한나라당 압승이 예상되면서 46.1%에 그쳤던 18대 총선 이후 19대(54.2%), 20대(58.0%)로 꾸준히 상승세를 기록해 왔다. 그러다 16년 만에 17대 총선(2004년·60.6%) 이후 한 번도 넘지 못했던 60%의 벽을 넘은 것이다.

10, 11일 진행된 사전투표율이 사상 최대인 26.7%를 기록하며 20대 총선(12.2%)의 두 배 이상으로 집계됐을 때만 해도 정치권에서는 ‘코로나 영향’이라고 보는 의견이 많았다. 코로나19 감염을 우려한 유권자들이 분산됐을 뿐 최종 투표율은 예년과 비슷할 것이라는 신중론이 대세였다.

하지만 오히려 높아진 사전투표율이 본투표율까지 끌어올리는 효과를 이끌어냈다. 선거 직전까지 이어진 통합당의 막말 파문과 범진보 180석 전망으로 ‘오만 프레임’이 퍼지면서 각 당 지지자들이 불안감 속에 강력하게 결집했기 때문이다. 대구(23.6%) 경북(28.7%)이 사전투표율은 광주(32.2%) 전남(35.8%)보다 낮았지만 최종 투표율에서는 각각 67.0%와 66.4%로 광주(65.9%) 전남(67.8%)과 비슷하거나 소폭 앞선 것도 이 같은 핵심 지지층 결집 현상으로 해석된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20대 대선을 앞두고 여야가 전국에서 세게 격돌하면서 전체 투표율이 크게 올라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여야 후보들이 팽팽한 접전을 벌인 격전지일수록 높은 투표율을 기록하는 현상도 나타났다. 민주당과 통합당의 차기 대권 후보 간 대결이었던 서울 종로 투표율은 70.6%로 서울 전체 투표율 68.1%를 웃돌았다. 민주당 고민정 후보(서울 광진을)와 통합당 오세훈 후보가 격돌한 광진구(69.6%)와 민주당 이수진 후보(서울 동작을)와 통합당 나경원 후보가 맞붙은 동작구(71.2%)도 서울 전체 투표율보다 높았다. 민주당 김부겸 후보와 통합당 주호영 후보, 통합당 이인선 후보와 무소속 홍준표 후보가 각각 붙은 대구 수성구도 72.8%로 대구 전체(67.0%)보다 5%포인트 이상 높았다.

이날 투표 시작 시점부터 이어진 높은 투표율에 여야는 각각 ‘아전인수’식 해석을 내놓으면서도 혹시 결과가 뒤집히지는 않을까 전전긍긍하는 모습이었다. 출구조사 발표 전 민주당 현근택 선대위 대변인은 기자들과 만나 “투표율이 높으면 20∼40대 젊은층이 투표를 많이 하기 때문에 우리 당에 유리할 것”이라고 했다. 반면 통합당 관계자는 “높은 투표율은 유권자들의 마음에 내재된 분노가 표출된 것”이라며 “분노의 대상은 정부 여당일 것”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결국 높아진 투표율은 민주당에 유리하게 작용했다. 16대 총선 이후 투표율이 55% 이상이면 진보 성향 정당이 승리했고, 반대면 보수 성향 정당이 승리했던 공식이 이번에도 들어맞은 것. 이현출 건국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코로나19 사태로 유권자들의 사전투표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는데 사전투표 붐이 더 나아가 본투표율까지 끌어올리는 투트랙 효과를 낳았다”고 말했다.

김준일 기자 ji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