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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진자 없다더니… 北 “코로나가 투쟁과 전진에 장애 될수도”

입력 | 2020-04-13 03:00:00

정치국 회의서 코로나 최우선 논의




김정은, 당 정치국회의 주재 11일 북한 평양 노동당 중앙위 본부청사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오른쪽에서 여섯 번째) 주재로 열린 당 정치국 회의에서 참가자들이 손을 들어 의사를 밝히고 있다. 사진 출처 노동신문 뉴스1

북한이 11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주재하는 노동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회의를 열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책을 최우선으로 논의한 뒤 “투쟁과 전진에도 일정한 장애를 조성하는 조건이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그동안 ‘확진자가 없다’던 북한이 코로나19 사태의 영향을 받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한 대목이어서 향후 국제사회와의 방역 공조에 나설지 주목된다.

노동신문은 12일 회의 결과를 보도하며 “지난해 말 발생한 비루스(바이러스) 전염병이 세계적으로 급격히 확산해 전 인류적인 대재앙으로 번지고 있는 현실”이라며 “비루스 감염 위험이 단기간에 해소되기는 불가능하다”고 전했다. 코로나19를 중장기적 위험으로 판단한 북한 수뇌부는 당 중앙위, 국무위, 내각 명의의 공동 결정서를 내고 “국가적 대책을 더욱 철저히 세울 것”을 촉구했다. 이들 기관이 공동 결정서를 낸 것은 처음이라고 정부 당국은 보고 있다.

북한은 이번 회의에서 “일부 정책적 과업을 조정 변경할 데 대한 대책적 문제들을 연구 토의했다”고 밝히며 김 위원장이 지난해 말 ‘마라톤 전원회의’를 통해 결정한 정책의 변경까지 시사했다. 올해 국가경제개발 5개년 계획 종료, 당 창건 75주년에 맞춰 내세웠던 경제적 성과 목표치 등을 하향 조정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임을출 경남대 교수는 “코로나 사태가 장기화될 것임을 전제로 경제와 국방건설 관련 정책적 과업들과 국가 예산수입과 지출을 상당 부분 조정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온 것 같다”고 평가했다.

북한이 ‘코로나 확진자 제로’를 선전하면서도 실제로는 사태의 지속 가능성을 밝히고 나와 방역 협력의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관측도 나온다. 7일(현지 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북한은 코로나19 진단 검사를 709명에 대해 실시했지만 확진자는 없었다고 세계보건기구(WHO)에 ‘중간보고’를 하며 방역 정보를 이례적으로 공개했다. 또한 국내 민간단체의 1억 원어치 손소독제 대북 지원에 반응하며 ‘계약서’ 작성에 응했으며, 이를 근거로 통일부가 반출 승인을 내기도 했다. 한 대북 소식통은 “북한은 방역 지원도 지원이지만 북-중 국경 봉쇄로 경제 악영향이 심화되는 만큼 중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경제적 지원 가능성을 타진하는 것 같다”고 관측했다.

이와 함께 이번 정치국 회의에서 김 위원장의 동생인 김여정 당 제1부부장은 정치국 후보위원이 되면서 북한 2인자 자리를 더욱 확고히 다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해 2월 북-미 정상 간 하노이 회담 결렬 이후 4월 당 전원회의에서 후보위원에서 해임된 것으로 평가됐는데 이번에 복귀한 것. 앞서 “겁먹은 개가 더 요란하다”며 청와대를 향해 잇단 본인 명의의 담화를 내며 위상이 올랐다는 평가가 나왔는데, 이번에 그에 걸맞은 인사 조치가 뒤따랐다는 것이다. 이날 정치국 회의석상에는 조직지도부장에서 해임됐던 리만건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자리했지만 조직지도부로의 복귀보다는 정치국 위원 자격만 유지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대북 전문가 사이에서는 김여정이 조직지도부 제1부부장으로 사실상 조직지도부를 장악하고 있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1월 초 외무상에 임명된 리선권도 이번에 정치국 후보위원에 진입했지만 전임 리용호가 차지했던 정치국 위원 자리를 꿰차지는 못했다. 군 서열 2위인 박정천 총참모장은 정치국 위원에 올라 김 위원장의 신뢰를 받고 있음을 재확인했다.

이런 가운데 김 위원장이 서부지구 습격기 연대를 시찰했다고 노동신문이 12일 보도했다. 박격포 훈련 참관 이후 이틀 만(보도일 기준)의 군사 행보다. 한 소식통은 “올해 첫 공군 지도로 통상적 참관 성격을 띠지만 앞서 로버트 에이브럼스 주한미군사령관이 ‘코로나 발병으로 북한 항공기가 뜨지 못했다’고 말한 것에 대한 반박 성격도 있는 것 같다”고 했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