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란의 시작은 우아한형제들이 이달 1일 발표한 수수료 체계 개편이다. 부과 방식을 회원 업체당 월 8만8000원씩 받던 정액제에서 주문액의 5.8%를 떼는 정률제로 바꾼 것이다. 코로나 사태로 어려움을 겪는 음식점주들이 당장 “수수료가 몇 배로 뛴다”며 반발했다. 배민 측이 “돈 많이 쓰는 업체의 광고 독점을 막기 위한 조치로 업체의 52.8%는 이득”이라고 해명했지만 소용없었다. 시장점유율 1위 배민(55.7%) 운영사 우아한형제들은 2, 3위 업체 요기요(33.5%), 배달통(10.8%) 대주주인 독일 기업 딜리버리히어로에 4조7000억 원에 인수돼 공정위의 기업결합 심사를 받고 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7일 “국민 무시에 영세 상인 착취하는 독점기업 말로는 어떻게 될까요”라는 제목의 글을 페이스북에 올렸다. 배민과 경쟁할 배달전문 공공앱 개발 방침을 밝히면서 “앱 개발 전까지 전화로 주문하자”고 제안했다. 이와 별도로 소상공인연합회도 수수료 없는 배달앱을 개발하겠다고 나섰다. 결국 10일 우아한형제들 김봉진 의장은 “전면 백지화하고 이전 체제로 돌아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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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자체들의 공공 배달앱 실험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정보기술(IT) 전문가들 사이에선 14만 명의 음식점 회원을 10년 걸려 확보해 운영 노하우를 쌓은 플랫폼 사업자와 단기간에 만든 앱으로 지자체가 경쟁하는 건 무모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결제액이 목표의 1%에도 못 미친 서울시 제로페이의 전철을 밟을 수도 있다. 소상공인에겐 무료라고 선심 쓰지만 시스템 구입, 운영, 업그레이드에 들어갈 인력, 투자에 막대한 세금이 들어갈 수 있다. 독점 여부는 엄중히 판단하되 공공의 역할은 시장경쟁 촉진에서 멈춰야 한다.
박중현 논설위원 sanjuc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