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19대 대선 때도 기표란이 좁아 고령자들을 중심으로 무효표가 늘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당시 15명의 후보가 출마하자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기표란의 세로 폭을 1.5cm에서 1cm로 줄였다. 기표란의 세로 폭은 기표 도장의 외곽 지름보다도 작았다. 투표용지에 찍히는 동그란 문양은 기표란 안에 들어가는 크기였지만 고령자나 장애인들은 기표란에서 벗어나지 않도록 찍느라 애를 먹었다. 실제로 당시 무효표는 13만5733표로 18대 대선(12만6838표) 때보다 많았고, 무효투표율이 높은 상위 10개 시군구의 65세 이상 고령비율(평균 28.1%)은 하위 10개 지역(15.2%)보다 높았다.
▷세계적으로 투표용지 디자인 논란이 뜨거웠던 선거는 10명의 후보가 경쟁한 2000년 미국 대선이다. 미국은 선거구마다 투표용지가 제각각인데 플로리다주 팜비치 카운티는 민주당 지지층인 유색인종이 낯설어하는 펀치식이었다. 더구나 민주당 후보 앨 고어의 이름과 펀치로 뚫는 구멍의 위치가 나란하지 않게 투표용지가 설계됐다. 구멍을 두 개 뚫어 무효 처리된 6만2000표 중 4만5000표가 고어 이름이 포함돼 있어 고어를 찍으려다 실수하자 다시 구멍을 뚫은 표로 추정됐다. 고어는 플로리다주에서 공화당 조지 W 부시에 537표 차로 지는 바람에 대권을 놓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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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에도 불구하고 어렵게 투표장에 나와 한 표를 행사했는데 투표용지 탓에 무효표가 돼버리는 일은 결코 있어선 안 된다. 나이와 장애에 관계없이 누구나 쉽게 선거에 참여할 수 있도록 배려하는 공정하고 섬세한 선거 정책이 필요하다.
이진영 논설위원 eco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