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고픈게 더 무섭고 힘들다”… 하루에도 수십명 문 두드려 감염 등 우려 빵-우유로 대체… “온기 있는 밥 나눌 시기 빨리 오길”
원경 스님(오른쪽) 일행이 어르신들을 위한 무료 급식에 사용할 떡과 우유를 정리하고 있다. 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
이날 무료급식을 제공한 ‘사회복지원각’의 작은 법당에서는 나이든 신도 5, 6명이 모인 가운데 아침 예불이 한창이었다. 평소 밥과 국으로 급식을 준비하던 작은 공간에는 떡과 우유가 쌓여 있었다. 사회복지원각은 연중무휴로 무료급식을 제공했지만 지난달 23일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급식을 중단했다. 여러 차례 급식중단을 알렸지만 하루에도 수십 명씩 “밥을 달라”며 문을 두드렸다. 결국 16일부터 빵과 떡, 우유 등의 대체 급식이 재개됐다.
건물 벽에는 코로나19 예방을 위해 ‘거리 띄우기, 마스크 착용, 손 씻기’라는 문구가 적힌 종이가 붙어 있었다. 급식을 기다리는 어르신들은 대부분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었다. 급식은 오전 11시 반 시작하지만 몇 시간 전부터 줄을 섰다는 이들이 적지 않았다. 서울 시내 급식소들이 코로나19로 폐쇄되자 밥 한 끼 해결하기 어려운 이들이 이곳으로 몰려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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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식소는 매번 300명 분 안팎의 식사를 준비하지만 부족한 경우가 많다. 급식소 관계자는 “주변의 급식소가 대부분 문을 닫아 이곳을 찾는 이들이 늘어났다”며 “빵과 우유를 받고도 다시 줄을 서는 분들도 있다”고 했다. 대체식의 경우 기존 급식보다 비용이 30% 더 들어간다. 하지만 밥과 국 위주의 식사에 익숙한 어르신들은 여전히 배가 고프다고 하소연한다.
2018년부터 이곳을 운영 중인 원경 스님(서울 성북구 심곡암 주지)은 “빵과 우유에 무슨 온기가 있겠냐”며 “항상 배고픈 분들이라 따뜻한 밥을 드려야 하는데 그러지 못해 안타깝다”고 말했다. 심곡암은 1999년 사찰에서 음악회를 시작해 산사음악회의 원조로 불릴 정도로 문화 활동에 공을 들여왔다. 올해는 5월 17일 봉축 행사를 겸한 산사음악회가 예정돼 있다. 원경 스님은 “심곡암이 수행도량이라면 무료급식소는 실천도량이다. 실천 없는 수행은 죽은 공부다”며 “올해 음악회는 음식과 음악을 함께 나누는 행사가 됐으면 한다”고 했다.
급식소 측은 코로나19의 여파로 후원과 자원봉사의 손길이 예전만 못한 것을 아쉬워했다.
김갑식 문화전문기자 dunanworl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