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팬데믹] 개학 2주앞 방역대책 비상
정부가 초중고교와 유치원 개학을 다음 달 6일로 연기했지만 개학 이후 감염을 걱정하는 학부모들이 여전히 적지 않다. 이에 교육부와 각 시도교육청이 학교 급식실과 교실 내에서 코로나19 전염을 방지하기 위한 다양한 지침을 마련하고 있다. 하지만 일선 학교에서는 “근본적 해결책이 아니고, 그나마 실현하기 어려운 방안”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 가림막 등 급식 대책 실효성은
학교는 집단 활동이 많은 특성상 확진자가 한 명만 발생해도 2, 3차 감염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교육당국은 ‘학생 간 감염→가정 내 감염→지역사회 전파’의 고리를 원천 차단하기 위해 개학을 수차례 연기했다.
학교에서 감염 가능성이 높은 장소는 ‘급식실’이다. 인천시교육청은 지난주 관내 학교들에 점심 배식 시간을 기존 1시간에서 30분 이상 늘리거나 가림막을 설치하는 방안 중 하나를 택하라고 지침을 내렸다. 배식 시간을 늘리면 같은 시간대에 급식실로 밀려드는 학생 수를 줄일 수 있다는 것. 경남도교육청은 ‘교실 급식’ ‘급식실 내 띄어 앉기’처럼 학생 간 접촉을 줄일 수 있도록 급식 운영 계획을 수립하라고 학교들에 지시했다.
점심 배식 시간을 늘리는 것도 한계가 있다. 전교생이 1000명이 넘는 한 초등학교 관계자는 “급식실이 좁아 이미 4교대 급식을 하고 있어 점심시간을 더 연장할 여력이 안 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그나마 학생들이 도시락을 싸와 자기 자리에서 먹는 ‘교실 급식’이 안전한 방식”이라고 했다. 하지만 학생들마다 집안 사정이 제각각이어서 학교가 도시락 싸오기를 밀어붙이기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 ‘책상 간격’ 넓히기도 어려워
교육당국은 방역지침으로 책상 사이의 거리 늘리기를 제시하고 있다. 다닥다닥 붙어있는 책상들을 떨어뜨려 감염 위험을 줄이라는 취지. 하지만 학생들이 몰린 과밀 학급에서는 당장 적용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 양천구에 사는 한 학부모는 “안 그래도 학생 수가 많아 교사 1명이 관리하기에 역부족인데 개학 이후가 더 걱정”이라고 했다. 서울 강남구 초등학교에 다니는 자녀를 둔 학부모는 “학급당 학생 수가 30명이 넘어 책상 사이의 거리를 떨어뜨려 놓는 것도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학급당 학생 수는 초등학교의 경우 평균 23.1명(2017년 기준)이다.
○ 추가 ‘개학 연기’ 주장도 나와
교육당국이 개학 이후 방역지침을 다양하게 내놓고 있지만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교내 집합 활동이 지속되는 한 감염 위험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기는 힘들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수업 방식을 바꿔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개학 이후에도 당분간 모둠형 혹은 토의형 수업을 자제해야 한다는 것. 최근 수업 현장에서는 조모임에 기반한 과정 중심 평가가 많은데, 학생 간 접촉 횟수를 높이는 방식에서 벗어나 수업교안을 재구성해야 한다는 견해도 있다.
‘2부제 수업’을 대안으로 꼽는 전문가들도 있다. 초중고 수업을 오전, 오후로 나눠 한 공간에 밀집되는 학생 수를 최대한 줄이자는 취지다.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기술적인 어려움이 따르겠지만 예방 효과를 높이려면 2부제 수업을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일각에선 추가 개학 연기를 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정기석 한림대성심병원 호흡기내과 교수(전 질병관리본부장)는 “학생들이 모이면 감염 위험은 높아질 수밖에 없다”며 “지역사회 전파 위험이 낮아지기 전에는 개학을 하지 않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김수연 sykim@donga.com·이소정·강동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