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오후 경기 용인시 단국대학교 죽전캠퍼스에서 중국인 유학생들이 지난 2주간 해왔던 자율격리 생활을 마치고 퇴소하며 그동안 생활을 도와준 교직원들에게 감사의 뜻을 전하고 있다.2020.3.10/뉴스1 © News1 조
광고 로드중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교육부가 중국인 유학생들을 대상으로 ‘2주간의 자율격리’ 카드를 꺼내든 지 한 달이 지났다. 2주 동안 기숙사 격리생활을 무사히 마친 중국인 유학생들은 지역사회로 하나둘씩 복귀 중이다.
중국인 유학생들은 언제든 코로나19에 감염될 수 있다는 불안감 속에서 기숙사 격리 생활을 보냈다. 한편으로는 중국인 입국금지를 요청하는 청와대 국민청원이 80만명에 육박하는 바람에 중국인을 코로나19의 ‘잠재적 감염원’으로 보는 한국인의 매서운 눈초리를 겪어야 했다.
기숙사 격리를 마친 중국인 유학생들도 이런 상황을 인지하고 있다. 학생들은 섭섭한 마음이 들면서도, 초유의 전염병 사태를 겪고 있는 한국인 입장에서는 이해가 된다고 입을 모았다. 그러면서 배척과 혐오보다는 양 국민이 서로 응원하며 코로나19 위기를 헤쳐나가자는 바람을 전했다.
광고 로드중
같은 대학 기숙사에서 지난 2월27일부터 이달 13일까지 자율격리를 한 B씨(23·하얼빈)도 중국인에 대한 한국인의 우려 섞인 시선이 “공포 때문인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B씨는 “사실 한국에서도 코로나19 확진자가 늘면서 3만명 넘는 중국인 유학생들이 한국에 안 들어오고 있다”며 “나도 사실 휴학을 할까 고민했지만 이번 학기에 졸업 과제를 마무리해야 해 어쩔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래서 중국인을 한국인들이 무서워하는 마음이 조금 이해는 된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중국인 유학생을 ‘잠재적 감염원’으로 보는 시선은 경계했다. A씨는 “자취를 하던 친구가 집주인이 중국인 세입자를 원하지 않는다고 해서 방을 못 구한 적도 있다”며 안쓰러워했다. 또 다른 대학 기숙사에서 지난 2월26일부터 이달 11일까지 자율격리를 한 C씨(23·하얼빈)도 “틱톡에서 한국인들이 자기를 두려워하는 것 같다는 중국인의 게시물이 종종 올라온다”고 말했다. 그는 “나도 코로나19에 걸리지 않기 위해 고향 집에 갔을 때도 집 밖에 거의 나가지 않을 정도로 조심했다”며 “차별적인 시선은 거두어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C씨는 중국인에 대한 공포와 차별이 코로나19가 종식된 이후에도 계속 이어지지는 않을까도 걱정했다. 한국에서 대학원 진학까지 계획하고 있다는 그는 “혹시 중국인이라는 이유로 대학원 면접장에서 불이익을 받지는 않을지…”라며 말을 흐렸다.
그러면서도 학생들은 2주간의 격리기간 가장 힘이 되어준 것도 쉴 새 없이 격려문자를 보내준 한국 친구들이었다며, 코로나19 위기를 양국이 함께 이겨내자는 말을 전했다.
광고 로드중
중국 내 응원 여론을 언급하기도 했다. B씨는 “처음 중국 코로나19 상황이 심각했을 때 한국에서 마스크와 방호복을 많이 보내줬다”며 “반대로 한국 상황이 안 좋아졌을 때 중국에서도 우리도 한국을 응원하자는 목소리가 많이 나왔다”고 말했다.
계속해서 양국의 우정을 이어가자는 목소리도 이어졌다. B씨는 “고등학교 때 <런닝맨> 같은 한국 예능을 반복해서 보며 한국어를 혼자 배웠다”며 “한국 문화를 좋아하는 중국 학생으로서 두 나라 사람들이 코로나를 극복하기 위해 함께 노력하길 바란다”고 희망했다.
A씨도 “한국과 중국은 거리도 가깝고, 경제적으로도 많은 영향을 주고받고 있다”며 “서로에 대한 선입견과 오해를 풀기 위해 함께 노력하자”고 말했다. 이어 한국에서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조금씩 줄고 있는 상황을 언급하며 “아직 한국에 오지 않은 중국인 친구들에게 입국을 권유하는 게 점점 더 자신 있어진다”고 응원의 목소리를 전했다.
(서울=뉴스1)
광고 로드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