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상정 정의당 대표와 윤소하 원내대표가 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21대 국회의원 총선거 비례대표 후보자 선출보고회에서 비례대표 1번에 선정된 류호정 정의당 IT산업노동특별위원장에게 장미꽃과 노회찬 회고록을 전달하고 있다. 2020.3.8/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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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당이 4·15 총선에 비례대표 1번으로 공천한 류호정 예비후보(28)가 ‘대리 게임’논란에 휩싸였다.
대리 게임이란 타인에게 돈을 주고 게임 운영을 부탁해, 자신의 게임 캐릭터 등급을 올리는 등 게임 생태를 저해하는 행위를 말한다. 이를 막고자 국회에서는 지난해 6월 ‘대리 게임 처벌법’을 만들었다.
프로게이머 출신 황희두 더불어민주당 공천관리위원은 10일 페이스북에 “류 후보님의 롤(리그 오브 레전드 LOL) 게임 대리 사건을 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은 거 같다”며 “프로게이머 출신으로서 짧게 말씀드리겠다”고 글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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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서 “이런 상황에 류 후보가 ‘정의당 비례 1번’으로 나온다는 소식에 굉장히 많은 청년들이 분노하고 있다. 과연 ‘정의로운 사회’를 추구하는 정의당에, 1번으로 대표해서 나올 수 있는 인물이라고 볼 수 있나?”라고 물었다.
류 후보는 같은 날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제 부주의함과 경솔함을 철저히 반성한다. 조금이라도 실망하셨을 분들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류 후보는 “2014년에 있던 일이다. 롤 게임 유저였던 저는 조심성 없이 주변 지인들에게 제 계정을 공유했다. 그것이 문제가 돼 동아리 회장직에서 물러났다. 매우 잘못된 일이었다. 게이머들 사이에 쉽게 용서받을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고 썼다.
이어 “특히나 여성 유저의 능력을 불신하는 게임계의 편견을 키운 일이니, 많은 사람에게 피해를 준 셈이다”고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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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서 “당원, 시민선거인단 여러분의 선택으로 귀한 권한을 가졌다”며 “분에 넘치게 받은 관심과 응원만큼, 아니 어쩌면 그보다 더 많은 오해와 비난에 직면하게 되리라 충분히 짐작할 수 있었다. 험난한 진보정치의 길, 선배 정치인들처럼 신중히, 그러나 꼿꼿이 걷겠다”고 마무리했다.
이 같은 해명글에 이동섭 미래통합당 의원은 11일 페이스북에 “사과문에서 ‘조심성 없이 주변 지인들에게 계정을 공유했다’는 말로 해명했다. ‘조심성 없이 일어난 일’로 말해서는 안 된다”며 “ ‘가짜사과\'를 한 것에 분노한다”고 비판했다.
그는 “뒤틀린 대응이다. 충분히 심각한 문제라고 여겼을 대리게임을 사소한 일 정도로 프레임을 바꿨다. 루머에 대해 사실관계를 바로잡는 일로 넘어가려 했다”고 지적했다.
또한 “자신의 분명한 잘못을 ‘여성 유저의 능력을 불신하는 게임계의 편견을 키운 일’ 이라며 남녀갈등 문제를 교묘히 조장한다. 자신에게 쏟아지는 논란에 대해서도 ‘험난한 진보 정치의 길’이라며 스스로를 마치 잔 다르크와 같은 이미지를 만든다”고 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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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정의당은 지난 6일 청년 몫인 비례 1번에 류호정 정의당 정보기술(IT) 산업노동특위 위원장을 배치했다. 류 후보는 롤 게임 콘텐츠로 아프리카TV BJ(Broadcasting Jockey)로 활동한 바 있다. 게임회사 기획자와 민주노총 상근자 등 경력도 있다.
정의당 비례대표 순번 1번은 국회 입성을 보장받는 당선 절대안정권이다. 1992년생인 류 후보는 21대 최연소 국회의원이 사실상 예약된 셈이다.
박태근 동아닷컴 기자 pt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