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확산 비상]
3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인천국제공항공사는 지난달 29일 제2화물터미널 인근의 D5 유도로를 F급(초대형) 항공기(A380―8, B747―8i) 11대를 세울 수 있는 장기 주기장으로 쓰기 시작했다. 코로나19로 항공사들의 운항 중단이 속출하면서 띄우지 못하고 세워놓는 항공기들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유도로는 항공기가 터미널과 활주로를 오갈 때 지나는 길로, 일시적인 악천후나 천재지변을 제외하고 주기장으로 전환된 건 인천공항 개항 후 처음이다.
인천공항공사 집계 결과 코로나19가 중국에 국한됐던 1월 14일에는 항공기 134대가 세워져 있었지만, 2월 25일에는 164대, 이달 2일에는 173대로 늘었다. 인천공항 제2여객터미널을 쓰는 대한항공은 2터미널 주기 공간이 부족해지자 일부 항공기를 제1여객터미널로 옮기기도 했다.
항공 이용객 감소 상황은 심각할 정도다. 대한항공의 지난달 여객 수송인원은 172만9001명으로 지난해 2월과 비교해 21.3% 줄었다. 아시아나항공도 20.9%, 저비용항공사(LCC)들은 평균 27.5% 줄었다. 국제선만 따로 보면 상황은 더 심각하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각각 37.0%와 39.3% 줄었고 LCC는 57.4%로 반 토막이 났다.
항공사들이 항공기를 세워뒀을 때 드는 비용은 사실 주기료만이 아니다. 한국 항공사들은 비행기를 주로 임차해 운용하고 있기 때문에 운행을 하지 않으면 그저 임차료만 빠져나가게 된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임차율이 각각 47%와 62%이다. 제주항공 등 LCC는 100%에 가깝다. 미국 아메리칸항공(41%)이나 일본항공(JAL·13%)보다 높다. 한 항공사 관계자는 “세계적으로 여행 수요가 줄고 있지만 미국과 일본, 유럽 항공사가 버티는 건 국내선에서 수익이 나기 때문”이라며 “한국은 국제선에서 수익을 내야 하기 때문에 코로나19 사태가 진전될수록 출구가 보이지 않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3일 인천국제공항 제2화물터미널 D5 유도로에 대한항공의 초대형 항공기 A380 3대(동그라미 안)가 서 있다. 인천=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항공업계는 정부에 적극적인 지원을 요청하고 있다. 국토교통부가 지난달 발표한 긴급 지원방안은 공항 시설료 납부 유예, 항공수요 미회복 시 착륙료 10% 감면밖에 없었다. 빈사상태에 놓인 주요 LCC 6개사 사장단은 지난달 말 무담보로 장기저리의 긴급경영안정자금을 지원하고 공항 사용료 및 세금을 전면 감면해 달라고 정부에 요청한 상태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항공사와 여행사의 어려움은 결국 공항으로도 이어진다”며 “정부가 인천공항공사로부터 걷는 배당금으로 재원을 마련하는 등 강도 높은 대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서형석 skytree08@donga.com·변종국·김동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