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안 노벨문학상’ 마리즈 콩데 인터뷰
마리즈 콩데는 흑인, 여성, 피식민지배자라는 자신의 정체성을 받아들이고 나서야 소설을 쓸 자신이 생겼다고 말한다. 은행나무 제공
최근 e메일로 인터뷰한 작가 마리즈 콩데(83)는 중남미 카리브해의 프랑스 해외 행정구역 과들루프 출신이다. 콩데는 자신의 정체성이기도 한 흑인, 여성, 피식민지배자를 주제로 1970년대 중반부터 작품 활동을 펼쳤다. 스웨덴 한림원이 내부 ‘#미투(MeToo·나도 당했다)’ 문제로 노벨문학상 수상자를 내지 못한 2018년, 스웨덴 문화계 인사들은 그에게 대안 노벨문학상인 뉴아카데미상을 수여했다.
지난해 말 그의 작품으로는 처음으로 국내 출간된 소설 ‘나, 티투바 세일럼의 검은 마녀’(은행나무·사진) 역시 그의 주제의식을 관통한다. 1692년 영국 식민지인 미국 매사추세츠의 세일럼 마을에서 벌어진 광기의 ‘마녀재판’에서 실제 고초를 겪은 흑인 여성 노예 티투바의 일대기를 소설로 재구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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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투바는 감옥에서 헤스터라는 여성과 만나 교감한다. 너새니얼 호손의 작품 ‘주홍글씨’의 그 헤스터다. 작가는 “서양인들이 (여성주의의) 정전(正典)으로 꼽는 주홍글씨의 등장인물을 끌어들여 여성주의에 대한 재미있는 패러디를 만들어내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인종과 계급의 차이를 뛰어넘는 여성의 연대는 쉽지 않다는 취지로 말한다.
“여성이라고 모두 동일하지는 않아요. 몇 년 전 케냐에서 여성주의자 대회가 열렸는데 사회와 출신에 따라 모두 생각이 달랐죠. 물론 어느 사회에서든지 여성은 억압의 대상이고 성폭력 피해자더군요.”
성차별과 인종차별이 사라지지 않는 현실이지만 그는 낙관적이다. 스스로를 “본래 긍정적”이라고 한 콩데는 “‘언젠가 지구는 둥글어질 테고’라는 노래 가사처럼 흑인은 자신의 진가를 보여줄 것”이라고 했다. “저도 과들루프에서 태어난 평범한 여성에 불과했지만 미국 명문 컬럼비아대에서 가르쳤고 ‘대안 노벨문학상’을 받았죠. 의지만 있다면 미래를 바꿀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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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6년에 쓴 이 소설에서 미국은 ‘영들이 잉태시키는 것이라고는 악뿐인 곳’으로 묘사된다. 34년이 지난 지금 미국 사회는 변했다고 생각할까. “천만에요. 현재 미국 대통령의 행보를 보세요.” 노작가는 시니컬했다.
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